조경화 에세이=밥 한 그릇

동화작가

“밥이 보약이여,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것이다”.

오늘도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새긴다.

이른 저녁 치킨가게에 손님이 오셨다..

“어서오세요”.

“치킨 두 마리와 술 좀 주세요”.

“저는 밥 한 공기 줄 수 있나요?”

“치킨 집에서 무슨 밥이야?”

같이 온 일행이 핀잔을 핮다.

오후 다섯 시쯤 저녁 식사 시간은 아직 이른데 사십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네 분이 치킨과 술을 시켰다.

가끔은 요기가 될 만한 메뉴로 골뱅이무침이나 해물짬뽕을 시키는 손님이 있긴 하지만 밥 한 공기를 시키는 예는 드물다.

전자레인지에 즉석 밥을 활용할 수도 있겠으나 ‘밥한 공기’를 찾는 사람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음은 밥을 귀하게 여기며 산 세대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밥 한 공기요’ 라는 말이 자꾸만 귓전을 맴돈다. 손님들이 치맥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주방으로 가서 뚝배기에 밥을 지었다.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는 있으나 밥을 대신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미친것이다

갓 지은 밥에 묵은 김치를 곁들여 주자 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친김에 뚝배기에 누룽지까지 끓여 주었다..그들은 땀까지 뻘벌 흘리며 밥과 누룽지를 한 톨 남김없이 먹었다.

“역시 전라도 인심이야.”

“전라도 김치 맛이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들은 서울에서 왔으며 공사현장에서 특수한 일을 한다고 했다.

‘밥 한 그릇’을 주었을 뿐인데 하루를 힘들게 일한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이 힘이 되고 삶의 활력소까지 되었다니 다행이다.

밥은 손님들이 먹었는데 흐뭇한 것을 보니 손님들 에게 감사해야 함은 내 몫인가 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로 채워야지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은 또 다시 허기가 생길 것이다.

밥은 집을 떠난 사람에게는 가정이되고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밥한 그릇’에서 떠나온 가정을 생각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을 지도 모르겠다.

‘밥한 그릇’으로 밥심을 채워준 것 같아 흐뭇하다.

밥은 보약이며,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것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