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돌려 3,000여장 직접 제작

지난 11일 시제품 시민들에게 전달

자원봉사자들도 힘 합쳐 미싱 작업

블로그에선 제작도면 만날 수 있어

조형선 대표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익산에서도 각종 아이디어로 이에 동참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조형선 부라더미싱 익산대리점 대표(65·익산시 인북로 82) 도 그 중 한명이다.

조 대표는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순면원단과 미싱기술을 이용해 마스크 3천장을 직접 만들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익산시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마스크 제작 도면을 확보하고 지난 10일 현재 시제품 150여 장을 제작했다. 조 대표는 우선 마스크 30장을 중앙동 동사무소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개선점과 보완점을 찾아 더 완벽한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조 대표가 손수 마스크를 제작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 부족과 공급혼란에 따른 대국민사과를 보고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더구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 전 가구 중 약 60%가 각종 미싱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에 착안해 손수 자신이나 가족이 사용하는 마스크를 직접 만들면 마스크 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미싱을 판매하고 수리하는 바쁜 일과속에서도 시범제작을 통해 하루 50여 장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서를 확인했다. 그러나 혼자서 3천 장의 마스크를 만들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 조 대표의 고군분투 소식에 익산중앙초등학교 총동문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단법인 세계자원봉사연합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그의 왕성한 이웃사랑에 화답한 것이다. 자원봉사자 5~6명이 선뜻 마스크 제작에 동참했다. 일이 손에 익으면서 작업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특히 순 면소재로 만든 마스크는 세탁한 뒤 재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입소문은 예상보다 빨랐다. 전국에서 마스크 만드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잇달았다. 조 대표는 마스크 제작도면과 방법을 그의 아들 만기 씨(37)가 운영하는 블로그 소잉남(미싱하는 남자)에 소개했다. 블로그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마스크 제작도면과 만드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사실, 조 대표는 3대가 가업을 잇고 있는 미싱가족이다. 그의 부친은 1945년 해방되던 해에 미싱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자연스럽게 미싱에 관심을 가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재봉틀을 조립하고 미싱작업을 하는 데에 재미를 붙였다. 미싱바늘이 지나가기만 하면 반듯이 꿰메지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동무들과 뛰노는 것보다 미싱을 만지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그도 미싱사업을 시작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일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고장난 미싱은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술술 돌아갔다. 지금도 익산으로 귀농귀촌한 사람이나, 익산에서 살다가 외지로 이사간 사람들이 잊지 않고 미싱수리를 하러 오면 무료로 고쳐주곤 한다. 그저 재봉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고마워서다.

1980년대 중.고등학교 교복자율화가 시행되면서 섬유회사를 차려 학생들의 일상복을 만들기도 했다. 또 작업용 장갑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천직인 미싱사업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미싱 유전자는 그의 두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들 만기 씨(37)는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회사에 취업해 소위 잘나가는 청년이었다. 또, 딸 원미 씨(38)도 영양학과를 나와 견실한 회사에서 전공을 살려 근무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두 자녀도 미싱대리점에 발을 디뎠다. 만기 씨는 조 대표 바로 옆 건물에서, 원미씨는 전주에서 부부가 함께 미싱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아들과 딸이 가업을 잇고 있어 무엇보다 뿌듯하고 든든한 후원자다.

조 대표는 요즘 미싱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미싱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을뿐더러 가정에서 미싱을 하면 소비지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싱교육은 쉽지 않다. 1대 1 교육이어서 많은 인원을 한번에 교육할 수 없다. 또 교육을 희망하는 수준에 맞춰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교육수준 등을 상담하고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조 대표는 6년째 진행하고 있는 미싱교육을 통해 지금까지 1천2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교육생 중에는 멀리 부여, 논산, 서천, 정읍 등지에서도 찾고 있어 어깨 더욱 무겁다. 근래에는 만기씨가 교육을 함께하고 있어 든든하다. 수강료는 유료다.

조 대표는 “익산여성회관 등에서 미싱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배우려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에서 미싱교육 확대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예부터 국난극복에는 민초인 백성들이 앞장섰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면 전화위복으로 국가 도약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스크 도안.

미싱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조 대표 아들 만기 씨와 수강생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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