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귀숙 사)익산여성의전화 대표

2019년 한 해가 마무리 되어 가는 11월.

30대 초반의 P사회복지사는 근무하고 있는 시설장에게 자기 아들과 결혼을 염두 한 교제를 해보는 것에 대해 제안 받았다. 처음엔 자신을 긍정적으로 봐 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넘기려 했으나 시설장은 제안을 거절할 경우, 아들과 결혼할 수 있는 다른 종사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면서 부담을 줬다. 시설장은 2~3년 후에 정년퇴임해야 하는데 시설을 가족 구성원에게 승계하여 가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P사회복지사가 시설장의 제안을 거절한 이후부터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P사회복지사는 사직의사가 없음에도 시설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가 재계약을 안 해도 된다며(노동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 채용공고를 올려 이력서를 받았다. 시설장의 확고한 해고 의사를 확인한 P사회복지사는 더 이상 버티면서 근무하기엔 마음이 힘들어 12월 말일자로 출근을 못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시설장이 주장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적용이 안 된다는 노동법은 영세한 사업장이 인건비로 폐업하는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고용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하여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으나 위 사례에서는 시설종사자를 해고하는 칼날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를 보면 2017년 익산지역에 의료 및 사회복지업 종사자가 1만1천822명으로 이 중 여성이 9천402명(79.5%) 차지하고 있는데 P사회복지사의 처지는 운이 나쁜 개인의 일이 아닌 여성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고용불안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P사회복지사는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로 진정을 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아니다’라는 고지를 받았다. 현재 P사회복지사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재진정을 고민하고 있다.

P사회복지사는 후임자가 이런 부당한 행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와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자신과 같은 부당노동행위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지역 사회가 고민해 달라는 차원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성평등한 지역문화를 위해 지역 차원에서 안전망을 형성하며 전국적인 법 개정을 추동해야 한다. 당장은 행정과 의회, 지역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사협회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들의 안전한 생존권 보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행정과 의회는 사회복지시설 내 노동자들의 부당행위가 자주 고발되는 기관의 운영비 보조지원에 대해 페널티를 주는 조례제정을 해야 한다.

둘째, 사회복지사협회는 인권침해가 자주 일어나는 기관의 사회복지실습생 파견 제재 등 다양한 압박을 주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시설이 개인의 사유화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가족 구성원 취업과 시설장 퇴임 시 가족 구성원 승계를 막는 등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로 1908년 미국 의류산업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및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거리에 나온 투쟁의 역사가, 한국에서는 1985년 ‘25세 조기정년 철폐 투쟁’으로 이어졌고 2020년 3월 익산에서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P사회복지사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투쟁이 사라진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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