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장

한국인에게 식사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밥은 먹었냐?’라는 질문이 하나의 인사말이 되었고, 가족이 밥을 굶었다고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작은 거라도 하나 챙겨주려고 합니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생명 연장의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우리는 꼭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식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혹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식사를 하기도 하고, 혹자는 높은 열량을 얻어 더 큰 힘을 내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식사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식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의 과정 중 하나로 과거부터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의 우리 생활에서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사라졌던 근대의 대한민국은 먹을 것이 부족했습니다. 하루 한 끼도 어떻게 챙겨 먹을까 고민하여야 했고, 자식들을 위해 본인은 굶는 부모님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고, 손에 꼽히는 경제 빈국에서 전 세계 GDP 10위라는 선진국의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도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지?’라는 고민보다는 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요즘 굶어 죽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밥을 제공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쉽게 무관심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뿐이고 자신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저는 사회복지라는 것이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만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사회복지가 아닐뿐더러 사회복지는 일반인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선상에서 지역사회의 식당들이 복지적 기능을 가지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지역의 많은 식당 대표님들과 토론도 해보았습니다.

식당은 지역 내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고 있기에, 대표님들께서 선한 마음을 하나둘 베푼다면 그것이 더 나은 지역사회로 가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독거 어르신께 주 1회 정기적으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대표님도 계시고, 이웃을 위하여 교육이나 프로그램 공간으로 식당을 대여해 주겠다는 대표님도 계십니다.

나눔의 선한 사역에 동참할 분들을 찾고자 지난 3년여간 동료들과 지금까지 큰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감사하게도 가람, 명가내고향, 모성반점, 부송국수, 샤브쌈주머니, 석정갈비, 안녕하세요, 옛날찐빵, 오리의향기, 진미가든, 참느릅냉면, 영빈회관, 삼양순대 등 대표님들의 선한 나눔의 동참이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수히 많이 먹는 끼니 중 단지 한 끼이지만...외로운 독거 어르신께는 삶의 새로운 희망으로 여겨집니다. 식사 외출을 위하여 몸을 단정히 하고, 여러 번 거울을 쳐다보시는 모습, 차를 타고 오랜만에 드라이브 한다며 창문을 보며 설레하시는 모습, 다른 어르신을 만나 오랜만에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업은 계속 확대해서 추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마음에 새겨넣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 식사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에게는 미래를 기대하는 자그마한 삶의 변화가 일어났고, 이것이 어르신께 내일을 기다리는 긍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이 휴관하여 어르신들은 갈 곳이 없고, 소상공인은 영업이 안되어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지금 자신이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고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마음을 가져보시길 부탁드립니다.

함께하는 공존의 문화가 지역사회 내에 이루어지면서 나눔의 행복이 상승하길 소망하며,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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