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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여건 최악 시내버스 기사들이 아프다시내버스 긴급 실태 점검② …12년 경력 50대 기사 K씨의 일과 살펴보니
송태영 기자 | 승인 2020.06.25 10:12

격일제 근무 하루 17~18시간 운전대 잡아…늦은 오후되면 머리 멍해

대부분 목·허리 디스크, 고혈압·당뇨·치질·전립선 고생 … 아파도 참아

인도 없는 2차선 도로인 동산동 비사벌 아파트 입구에서 불법주차 차량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는 기사들

김수연 시의원이 시정질의를 통해 제기했듯이 익산시내 버스 기사들의 근무 여건은 최악이다.

빠듯한 배차 시간은 과속과 신호 위반을 양산한다.

식사시간은 고작 15분. 화장실 갈 여유조차도 없다.

기사 대부분이 스트레스에 2~3가지 병을 앓고 있다. 표시를 내지 않고 참고 있을 뿐이다.

12년 기사 경력의 50대 K씨의 48시간 일과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 본다.

K씨는 격일제로 근무한다.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쉰다.

출근하는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사무실에 보통 5시 30분에 도착해 곧바로 차고지 버스에 시동을 걸어 출발지로 나선다. 외곽 노선인 성당 포구에서 출발하는 6시 첫차를 배정받으면 좀 더 서둘러야 한다.

K씨는 주로 외곽노선을 운전한다.

기점과 종점 운전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데다 승객 대부분이 어르신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쓴다.

종점에 도착하면 최소한 20분은 쉬어야 하지만 언감생심.

버스는 고작 10여 분 제자리를 지키다 다시 출발한다.

K씨는 이 짧은 시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식사도 하고, 바깥바람을 맞으며 재충전한다.

익산~서울 고속버스 기사들이 운행 후 3시간 여 휴식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혹사다.

K씨는 부모님과 동생, 자녀들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어 승객을 가족처럼 모시려 노력한다.

어르신이 버스에 탈 때면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안전하게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어디에서 내리는지 미리 여쭤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그런 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늘어나는 차량과 무인카메라로 자꾸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차량운행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마음이 급해진다. 아차 하는 순간 무인카메라에서 번쩍 섬광이 발산한다. 과속 범칙금은 K씨의 몫이다.

운전시간 12시간이 지난 오후 6시.

K씨는 피로가 누적되면서 몸과 마음이 멍해진다.

이 때부터는 사실상 감각과 반사신경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달리는 시한폭탄이다.

K씨는 익산에서 아직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언제든지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간이정류장 버스 뒷좌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사

K씨가 버스에서 내려오는 시간은 밤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 하루 근무시간은 17~18시간. 휴식시간을 빼면 오로지 운전대를 잡는 시간은 13~14시간.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 샤워를 하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축쳐진다. 12시 쯤 잠이 든다.

쉬는 날인 다음 날에도 K씨는 늦잠을 즐길 수 없다.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집안청소를 한다. 오전엔 간단히 산책을 하거나 집안에서 근력운동을 한다.

오후에는 낮잠을 잔다. 그래야 다음날 근무가 수월하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TV를 보다 10시 이전에 취침한다.

K씨는 최근 동료가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목디스크로 곧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신도 허리가 아프고, 불규칙적인 식사로 위장에서 이상 신호가 와 여간 걱정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근골격 질환이나 고혈압·고지혈증·당뇨·전립선·치질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불이익을 우려해 말을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기사들이 아프다고 말하거나 배차 등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면 그만두라는 식이다.

60~70대 기사들은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오히려 병을 감춘다.

야생의 맹수가 자신의 약점을 감추다 갑자기 숨을 거두듯,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K씨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일 2교대 근무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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