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자립모델 청년식당 개소…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에 일자리 등 지원

원광대 김흥주‧안윤숙 교수 의기투합… 사랑으로 아이들 돌보는 복지 전문가

사회적기업 청년식당 1호점을 이끌어 갈 사람들. 김흥주 교수(오른쪽), 안윤숙 교수(왼쪽), 임아영 팀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함께하는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꿈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기회의 밭이 있다.

안전한 주거공간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한 교육을 받으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이사장 안윤숙‧이하 자립학교)’다.

원광대학교 사회적경제연구센터와 경기도 양주 아동보호치료시설인 나사로청소년의집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했다.

자립학교는 소년원, 소년보호시설 등을 퇴소한 18세 이상 청소년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법이 개정되고 정책적인 지원이 있지만 부모의 이혼, 학대, 방임 또는 빈곤 등의 문제로 다시 거리로 나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곳이다.

자립학교의 선봉에는 원광대학교 복지보건학부 김흥주(사회과학대학장)‧안윤숙 교수가 있다.

수 십 년간 청소년 문제를 연구한 두 교수는 현실의 벽을 무너뜨릴 새로운 모델로 자립학교를 내세웠다.

김 교수는 “법과 정책으로는 문제 해결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특화된 자립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안교육공동체 ‘청소년자립학교’

연구자들이 직접 현장에 뛰어든 획기적인 모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자립학교. 단 한명의 청소년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으로 시작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대학과 시설, 시민단체가 협력해 콜로키움을 실시해 비행청소년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청소년의 자립을 위한 모델 제시로 201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과 꿈 사업에 선정됐다. 3년 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립학교는 상담과 교육, 자립이 동시에 이뤄지는 국내 유일의 대안학교다.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성교육, 예절교육, 진로교육, 사회성교육 등이 이뤄진다. 공동체를 통해 진로를 찾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거지원도 한다.

셰어하우스 형식으로 운영하는 ‘블루하우스’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블루하우스에는 안윤숙 교수가 함께 생활한다. 집이 코앞이지만 어쩌다 한 번 가는 곳이 됐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공동생활을 돕기 위해 엄마처럼, 선생님처럼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

1년 간 공동생활을 통해 아이들은 가족의 정을 느끼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았다. 생활비, 전기세 등 경제관념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실적 자립을 위해 원룸을 얻어 분가(?)를 한 아이도 있다.

자립학교의 아이들은 진로를 위한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패션, 기술, 제과제빵 등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초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안 교수는 15~16세 여자아이들의 입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직업 훈련을 받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엔 아직 돌봄이 필요한 나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아직 어린 친구들의 요청이 있을 때 해줄 수 없어 난감하고 마음이 아프다. 혹여 우리가 함께하지 못해 또 다시 나쁜 길로 빠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면서 “현재의 셰여하우스를 중장기 쉼터로 변경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주 교수(오른쪽) 안윤숙 교수.

# 국내 유일 사회적경제 자립모델 ‘청년식당’

청소년의 자립을 위한 특별한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5일 신동에 문을 연 ‘청년식당’이다. ‘예비 사회적기업’ 인가를 받은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가 운영한다.

청년식당은 스스로 창업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의 자립역량을 극대화하는 국내 유일의 사회적경제 자립모델이다.

특히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가 현장연구를 주도하고 익산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행정적으로 지원하며 산학협력모델이기도 하다.

식당은 깔끔하고 멋들어지게 꾸며졌다. 최고급,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협동조합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손님들은 편안하고 예쁜 곳에서의 맛있는 한 끼가 된다.

청년식당은 점심과 점심 이후로 나뉜다. 점심엔 건강한 집 밥을 먹을 수 있는 일반 식당이다. 익산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 반찬과 따뜻한 밥 한 공기가 마음까지 배부르게 한다.

주방장을 맡고 있는 안 교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장류도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콩과 고추로 담은 장이다. 김치 역시 익산시여성농민회에서 담은 것”이라며 “좋은 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자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격은 7천 원.

점심 이후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아동·청소년에게 무료로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받은 사랑과 혜택을 다시 나누는 것이다. 가치를 나누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엔 문화 사랑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PC 등을 갖추고 있어 회의, 소모임 등에 제격이다. 음식은 미리 주문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잘먹고 잘놀자. 우리들의 세상에서’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청년식당. 이번 1호를 시작으로 청년식당 2호점, 청년카페 등을 개소해 익산을 청소년의 자립 메카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청년식당 예약 문의 ☎063-837-1119.

# 청소년 복지재단을 꿈꾸다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청소년자립학교는 보호시설이 아니다.

보호시설을 퇴소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희망 터다.

아이들은 학교를 중단하고 사고를 쳤지만 다양한 직업욕구를 가지고 있다. 관심과 배려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자립학교의 설립취지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과거가 정말 화려하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1년도 그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청소년자립학교와 신뢰가 쌓이고,  낮았던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미래를 꿈꾸게 됐다”며 “안정적인 환경과 일자리,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아이들은 흔히 말하는 사고를 치지 않는다. 그런 환경을 우리가 조성해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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