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장현 팀장, 이하나, 김진솔 씨, 권순표 대표, 김보나 작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익산에는 특별한 소녀상이 있다. 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소녀상이다. 소녀상 가슴에 새겨진 노란 나비는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원목 소녀상을 만든 이들은 사회적기업 (유)사각사각 직원들과 목공예 작가들이다.

권순표 대표(37)를 필두로 최장현 팀장(31)과 김진솔 씨(26)가 원목 소녀상의 기본 틀과 마무리를 담당했다. 김영신, 김영훈, 김연주, 남호열, 최문숙, 이미경, 김금주, 고혜지, 김보나, 김경화, 김정훈, 한내창 작가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814개의 원목 소녀상을 제작했다.

한 달 동안 제작한 소녀상은 14일, ‘헌 책과 소녀상’이란 타이틀로 익산역 광장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헌 책과 무료로 교환해준다. 기증 받은 책은 사각사각이 익산 청소년과 제작한 1인 도서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원목 소녀상 제작은 올해가 3번째다.

기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며 2018년 120개를 제작한 것이 시작이다.

첫 해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2019년 두 번째 원목 소녀상은 814개를 제작, 전주와 익산에서 안 쓰는 ‘텀블러’와 교환해주는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권 대표는 “조그마한 소녀상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싶어 제작하게 됐다. 직원들과 작가들의 재능기부가 있어 가능했다”면서 “올해는 서울 성동구의 역사울림성동이란 단체와 함께 진행하게 돼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목 소녀상을 세상에 탄생시킨 이들에게 소녀상은 더욱 특별한 존재다.

직접 만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해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김진솔 씨는 “소녀상을 제작하기 전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기림의 날도 사실 몰랐다. 소녀상을 만들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됐고,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소녀상 제작에 참여한 김보나 씨(20‧군산대 회계학과)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보나 씨는 “익산시 대학생 인턴 지원사업을 통해 사각사각에서 일하게 됐다. 마침 소녀상을 제작하는 시기라서 목공을 배워 참여할 수 있었다. 소녀상을 만들면서 마음이 묵직해졌다.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목공의 시작이 소녀상이라서 감사하다. 앞으로 목공을 좀 더 배워 건축, 가구 디자인에도 활용할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원목 소녀상은 앞으로도 8월 14일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최장현 팀장은 “지난 13일 익산러닝크루에서 원광대에서 익산역까지 달리며 원목 소녀상과 기림의 날 홍보를 함께해줬다.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와 연계해 기림의 날을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많은 분들이 원목 소녀상을 보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한다. 모두의 관심이 피해자분들에겐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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