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 광복, 그날의 기쁨과 오늘의 아픔’

연극연출가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 그건 바로 우리의 주권을 일본에게 빼앗기고 일제 치하에 있던 35년의 긴 세월에서 드디어 해방이 되던 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당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방의 날인줄 몰랐다고 한다. 당시 라디오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일본 천황의 종전을 알리는 목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 날인 8월 16일, 형무소에 수감 되어 있던 정치범이나 경제범이 풀려 나면서 비로소 해방의 기쁨을 표현하며 거리로 거리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광복은 ‘도적’과 같이 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 당시 어린 학생들은 사람들이 부르는 만세 소리를 듣고 우리나라가 망했다고 울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미 우리 민족적 정서를 잊어버리고 3•1운동 이후에는 태극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우리의 주권을 빼앗겼던 35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은 세월이었던 것이다.

작년에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서 ‘문용기, 기록하여 새기다’라는 작품을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작품의 방향과 주제를 정하면서 몇몇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고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다시 돌아 오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면서 무섭다는 것이었다.

사실 마지막 조선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조선을 떠나면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이 큰소리치지만 조선인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회복하고 휘황찬란하고 위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지 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 조선인은 서로 이간질하여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이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말인가? 하지만 아직도 아베의 저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우리의 현실이 더 기가 막힌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걱정한다.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면 우리의 기억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아내 보지 못한 내가 그리고 많은 예술인들이 각각의 예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8•15 광복, 그날의 기쁨과 해결되어지지 않은 아픔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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