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중학교 교장 / 교육학박사

어느덧 주말이다. 장마 뒤 폭포처럼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서너 가지 벌여 놓은 일 때문에 요즘 여기저기 둘러볼 여유가 없다.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시간이 오롯한 내 것일 뿐. 몇 해 전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이 신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학생이 신나고 행복하려면 당연히 선생님들이 신나고 행복해야 한다. 울타리 안에서 모두가 신나고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먼저 선생님과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칭찬과 격려가 이어져야 한다. 칭찬을 통하여 상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일단 든든한 관계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서로 관심과 소통이라는 다리를 세우기 위해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번씩 소화제 시간을 갖는다. 소화제란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격식을 버리고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근무하면서 단순한 전달사항이 있을 때는 학내 메신저를 이용한다.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쫓겨 메신저를 살피는 일도 어려울 때가 있다. 선생님이 나에게 메신저를 보내면 시간을 쪼개 선생님이 맡은 일에 대하여 격려 메시지로 답을 한다. 누구에게나 전할 수 있는 당연한 몇 줄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힘이 될 수도 있다. 사실은 내가 듣고 싶은 한마디 말을 상대에게 칭찬으로 전해주는 것이다. 메신저가 선생님과 나를 이어주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한다.

이쪽과 저쪽 사이에 끊어진 부분을 이어주는 것이 다리의 역할이다. 사람 사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튼실한 다리는 선뜻 다가설 수 없는 관계를 한층 단단하게 맺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삐걱거리는 부실한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잔뜩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때 비틀거리는 상대를 위하여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다리를 놓는 일이다. 2018년 4월 27일은 남북한 문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중대한 날이었다. 그날 남북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에서 도보다리를 건너며 단둘이 오래 담소를 나누었다. 지금은 교류가 경직되었지만, 판문점 도보다리는 새로운 평화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 현장이 된 셈이다.

오늘 새벽에 핸드폰을 검색하면서 하루를 맞이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답게 갖은 소식을 스마트하게 실시간으로 전해준다. 카톡 창을 열어 보면 그날 생일 맞은 지인들 전화번호 창마다 케이크에 촛불 밝힌 축하 표시가 반짝인다. 마침 오늘 우리 학교 보배 같은 선생님 생일이었다. 그냥 생일 축하한다는 글귀를 보내기에는 밋밋하고 성이 차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다듬었다. 내 축하 한마디가 오늘 하루라도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 줄 말을 찾으려고 궁리했다. “항상 귀공자들에게 자상하고 성실한 OO 쌤, 오늘 생일이군요. 촉촉한 날씨처럼 꽃씨를 키우는 마음으로 행복한 날 가꾸세요.”마음을 담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급행 티켓을 거머쥐고 답장이 왔다. “으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정말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제가 학교생활 하면서 교장 선생님께 직접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은 건 처음이에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 꽉 찬 하루 보내겠습니다~!!”

‘마음이 몽글몽글하다’라는 신선한 과즙 같은 표현이 오히려 내게 감동을 주었다. 이런 멋진 표현을 앞으로 제가 써도 좋겠냐고 허락을 받았다. 시인이 따로 있겠는가. 그 선생님은 한 마디 표현으로 이미 시인이고, 행동 하나하나가 모범답안이다. 됫박으로 생일 축하해주고 멋진 표현을 말로 받은 셈이다. 오늘 선생님과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다리를 놓았다. 선생님 덕분에 이래저래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옆 사람을 향해 원만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서로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살다 보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내 관심과 격려가 선생님과 학생에게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 달라고 기도한다. 그래서 우리 마음이 온통 초록을 덧쓰고 싱싱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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