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회사원 A씨는 점심시간에 인근 식당에 갔다가 입구 탁자에 비치된 출입자 명부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에서는 개인정보 노출을 줄일 수 있는 QR코드도 받지 않았다.

A씨는 “출입명부를 사진으로 찍거나 누가 가져가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데, 정보가 악용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불안하고 찜찜해 전화번호 뒤쪽 네 자리를 다르게 적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작된 방역 수칙 강화로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가면 출입명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 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소수 대규모 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는 데다 관리도 소홀하다.

보건복지부의 수기명부 비치 및 관리 세칙에 따르면 명부 작성 시 타인의 개인정보는 볼 수 없게 하고, 수기명부는 잠금장치가 있는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4주 후에는 파쇄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폐기 조치를 불이행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고,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실에서는 세칙을 아는 사업장이 드물고, 안다고 해도 명부를 관리할 인력이 없어 대부분 방치된다.

이를 감독할 지자체는 물리적으로 점포 수천 곳을 일일이 방문해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명부에 대한) 관리 방법을 자세히 전달받지 못했다”며 “QR코드는 잘 모르고, 출입자 수기조차도 하지 않는 노년층이 많아 종종 다툼이 벌어 진다”고 말했다.

QR코드는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형태로 수집하고, 4주 뒤 정보가 자동 폐기된다. 이런 장점에도 QR코드 인식 단말기를 설치할 여력이 없거나,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사업장 등은 출입명부만 비치한다.

일부 업주가 출입명부에 기록된 전화번호를 마케팅에 악용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출입명부를 분실하거나 제대로 폐기하지 않을 경우 범죄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도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고민이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지자체도 곧 지도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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