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화 에세이=엄마, 엄마

엄마, 엄마

동화작가

정채봉 시인은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단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엉엉 울겠다 했다.

내가 A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이 맘 때다.

독서시간에 엄마이야기를 했었다. A가 엄마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이 ‘너 엄마 없잖아’했다. A는 식식거리며 울고. 나는 진땀이 났었다.

그 때부터 A에게 관심이 갔다. 툭하면 시비를 걸고 고집을 부리는 A를 안아주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어느 날, A의 엄마이야기를 듣고 나는 울고 말았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A를 만난 것이다.

작년에 친해진 덕분인지 A는 먼저 와서 수줍게 웃었다.

A는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몇 년 전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는 A에게 화를 내고 A는 학교에 와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A와 아슬아슬하고 재미도 있었던 독서수업이 끝나갈 무렵 담당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이 많이 안정이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무엇이든 풍족하게 넘쳐나는데 무엇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읽지 않는 책은 넘쳐나지만 기를 쓰고 책읽기를 시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책 선물을 권했다.

“선생님 책 선물이 좋겠어요. 1학년에게는 재미있는 그림책을 하고 3학년 A한테는 꼭 맞는 책이 있습니다.”

책에는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엄마’만 써 있어요.

‘엄마’‘엄마’‘엄마’‘엄마’

‘엄마’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담당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속상할 때에도 부르는 엄마.’

초등학생인 A는 얼마나 엄마가 그리울까, 얼마나 엄마를 부르고 싶을까,

A가 책을 읽는다. A가 엄마를 부른다.

책 읽는 소리에,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기쁨과 슬픔과 속상함이 묻어있다.

“선생님 그런데요. 엄마가 한국말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꼭 한국말로만 이야기를 해야 되니?”

“그렇다면, 좋아요. 내가 베트남어를 배우는 건 어떨까요?”

“빙고! 바로 그거야, 엄마도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국말 열심히 하고 있을 걸.”

A는 요즘 베트남어에 관심을 갖는다. 지도를 펴고 엄마나라가 어디쯤 있는지도 알려주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알게 되었다. 빈 핸드폰에 건반을 다운받아 음계연습을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A가 책 속에서 부르는 엄마가 아닌 엄마의 품에 안겨 마음껏 엄마를 부르는 행복한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