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익산열린신문 편집국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추석명절에 고향 황등을 찾았다는 최모 씨(72·서울)는 “가수 나훈아의 빅히트곡 ‘고향역’의 배경지가 자신의 고향이어서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타향살이로 힘들 때마다 고향역 노래를 부르며 향수를 달랬다”며 “하지만 아이들 장난감보다 못한 조잡한 기차역 조형물에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외지 방문객이 기차역 조형물을 볼까 두렵다”며 “지역 이미지를 먹칠하는 기차역 조형물을 철거하고 국민 애창곡에 걸맞는 공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기차역 조형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황등면 초입, 고가도로 아래에 오선지 모형을 지붕 삼아 자리한 축소형 기차역 조형물은 한눈에도 낡고 조잡했다.

오선지에는 ‘황 등 고 향 역’이라는 다섯 글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오선지를 고정한 장치는 쇠말뚝과 녹슨 철사.

쇠말뚝은 땅 위로 치솟아 방문객들이 넘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철사는 빨래줄처럼 느슨해 흔들렸다. 철사를 조이려 한 듯 중간이 휘감겨 있다.

지난 여름 태풍을 견디어 낸 것이 기적같았다.

1960년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기차모형은 모퉁이가 부서지고 벽면은 거북등처럼 금이 가 있다. 손을 대기만 해도 페인트가 벗겨졌다.

십자형 기차바퀴는 실제 기차바퀴와 맞지 않다.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처져 걸음을 방해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내판도, 노래비도 찾아볼 수 없다.

조형물 설치장소가 고가도로에 가려 있는 데다, 황등과 함열쪽에서 익산방면으로 진행하는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라서 운전자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민 김모 씨(48)는 “트롯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황등이 고향역의 배경지임을 알리는 멋진 상징물도 만들고 지역 특산품인 황등석에 노랫말을 새겨 홍보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만 하지 말고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발굴해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고향역은 1971년 임종수 선생이 황등역을 무대로 작사·작곡했다.

지금도 이 노래는 고향의 대명사이다./송태영 기자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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