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서해안관광도로, 전북에서 멈춰서다

채수훈 익산시 복지정책과 맞춤형복지지원계장

코로나19 장기화와 장마, 태풍, 폭염을 뚫고 가을이 기척도 없이 찾아왔다. 방콕(방안에 콕 처박혀 있는 것) 생활이 갑갑하여 장항‧군산‧부안과 고창‧영광에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여행’을 두 번 다녀왔다. 아내와 딸도 마음이 동했는지 흔쾌히 응해 주었다.

동백대교와 새만금방조제

첫번째 여행지로 서천군 장항송림 해찬솔길의 맥문동이 그리워 갔다. 시기를 놓쳐서 완전 끝물이었다. 스카이워크 옆 한자리에만 꽃들이 올망졸망 피어있었다. 자연 속으로 치유하러 왔건만 여전히 코로나19가 두려워 마스크 착용한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선선한 바람이 집 공기와는 사뭇 다르며 온몸을 감싸 안았다. 서해안 남쪽 여행을 위해 군산시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군산시와 서천군 장항읍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로서 금강을 사이로 가로놓여 있다. 예전에 도선장에서 배로 넘어 다녔다. ‘금강하구둑’이 1990년에 준공되면서 차량 통행이 자유로워졌다. 2018년에 ‘동백대교’가 시내를 관통하면서 더욱 가까워졌으며 왕래가 활발해졌다. 양 시‧군의 꽃인 동백꽃의 꽃말인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의미를 떠오르며 이 대교를 지나서 ‘새만금방조제’로 향했다.

‘새만금방조제’는 군산시 비응도에서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홍보전관까지 33.9km의 세계 최장방조제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이 1991년에 첫 삽을 뜬 후, 2010년에 외곽방조제 준공이 되었다. 두 번 강산이 변하는 19년 만의 상전벽해였다. 지금 한창 내부 개발공사와 외부 신항만 공사가 실시되고 있다. 종전 군산시에서 부안군에 가기 위해서는 김제시를 경유하여 돌아갔다. 약 50분이 소요되었다. 이제 방조제 고속도로로 가로질러 가면 그 절반인 2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곰소만, 부안과 고창을 잇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관광지 건물이 휴관하였다. 자가용으로 경치를 즐기는 여행이 되었다. 부안군 마실길 해안도로와 적벽강과 채석강을 지나 곰소로 향한다. 하섬 앞 언덕 전망대의 경치가 아름답다. 곰소만은 전라북도 최대 갯벌을 간직한 곳이다. 썰물 때 알몸 그대로 드러난 진흙 색깔과 그 가운데를 가로질러 사행천처럼 S자로 휘어진 물길이 천연스럽다.

부안군 격포에서 곰소쪽 산 위의 굽이굽이 언덕길과 함께 펼쳐지는 곰소만 갯벌 너머가 고창군이다. 곰소 앞 V자만 한 가운데에 섬이 있다. 집이 보인다. “저 섬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은 고창 사람일까 부안 사람일까” 아내와 처에게 문제를 냈다. 맞추면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확률은 50%이지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학생 딸은 핸드폰으로 재빨리 검색을 한다. 넓은 만 속에 한 개의 섬이 있어서 풍광이 아름답다. 그곳에 사는 주민은 바깥 출입하는데 밀물과 썰물에 따라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정답은 알려 주었지만, 선택권도 없는 행정구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부안군 변산면 모항에서 고창 해리면 해안도로로 가기 위해서는 곰소만을 약 50분 우회해서 가야 한다. 이 지역 관광을 수십 번 다녀봤지만 두 곳을 한 번에 찾아다니기에 시간 적으로 쉽지 않다. 예전 강 또는 만에 다리가 없을 때 배를 타고 건너다녔다. 지금은 자가용 관광시대로서 교통 불편은 지역 단절을 부른다. 서해안벨트 관광일주도로는 전라북도 곰소만에서 단절되어 있다.

빼어난 관광 자원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낙후를 면치 못했던 변산반도 국립공원. 이 지역이 관광 활성화된 것은 새만금방조제와 격포 대명리조트가 숨은 공로자이다. 편리한 도로와 쾌적한 숙박시설 갖춰져 있어서 마음껏 드나들 수 있었다. 서해안에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변산반도와 태안반도 국립공원이다. 변산반도는 풍수지리적으로 닭이 알을 품은 형태의 금계포란형으로서 바다와 포구, 산과 사찰, 강과 들녘이 한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태안반도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깝기에 관광객이 자주 찾는다. 반면 그 아래 위치한 변산반도가 관광자원이 더욱 풍요로운 것 같은데 중앙에서 외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관광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찾은 한반도 첫수도 고창군. 선운산도립공원을 비롯하여 해수욕장과 포구,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지, 운곡 람사르습지 등 천혜 관광자원의 보고이다. 하지만 고창군은 부안군과 다르게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서 관광지역과 연계되어 있을 뿐 서해안의 인접한 부안군과 영광군과 관광 연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서해안의 한 축으로서 교통 불편 때문에 못내 아쉬웠다. 이처럼 전라북도 서해안 관광의 보고인 고창군과 부안군이 언제까지 곰소만을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긋고 있을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았던가.

보령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서해안벨트 관광일주도로는 넓게 강화군 강화도에서 목포시까지라 할 수 있다. 국립공원만 놓고 볼 때 충청남도 태안반도에서 전라북도 변산반도를 지나서 목포시의 다도해상까지 국한할 수 있다. 이 도로를 이어주는 다른 도 지역의 사정은 어떨까. 위쪽에서부터 한번 들여다보고자 한다.

충청남도에 보령시(대천)와 태안군 태안반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도로용 ‘보령해저터널’(대천항-원산도) 공사가 한창이다. 2012년에 시작하여 2021년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령시 원산도에서 태안군 안면도까지의 ‘원산안면대교’는 사장교로 이미 2019년에 완공되었다. 이 해저터널과 대교가 연결되면 대천해수욕장뿐만 아니라 태안반도가 양방향으로 교통 접근성이 더욱 좋아져서 관광명소로 더욱 부상될 듯하다. 대천해수욕장에서 서천‧장항까지 국도가 옛 굽어진 길을 따라 뻗어있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인 금강은 ‘동백대교’가 이어주고 있다.

전라남도 다도해 연육교가 펼쳐지다

또한, 전라남도는 고창군과 경계인 영광군 홍농읍과 백수읍을 잇는 ‘영광대교’가 사장교로 법성포 위에 우뚝 솟아있다. 2008년에 착공하여 2016년에 개통하였다. 바로 이어지는 백수해안도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칠산대교’와 만난다. 이 다리는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을 잇는 사장교로써 2012년에 착공하여 2019년에 개통하였다. 그 옆에 서해안 최장 영광칠산타워(111m)가 대교와 서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위치하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칠산대교’를 건너서 무안군의 섬과 섬 사이로 연륙교가 이어져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1004섬 신안군과 이어진다. 이쯤 되면 서해안벨트 관광일주도로가 아니라 섬 관광도로라 과언이 아니다. 도로가 육지에서 섬으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목포시와 신안군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가 2008년에 완공되었다. 이어서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주는 세계 최초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결합한 ‘천사대교’가 2010년에 착공하여 2019년에 개통하였다. 5,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긴 대교로써 야경이 아름답다.

전라남도는 여기에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고 서해안과 남쪽 다도해가 잇닿는 신안군과 목포시에 집중적으로 섬과 섬을 잇는 다리 공사와 건설 계획이 있다. 이 대교 사업이 목포시에서 저 멀리 진도군까지 이어진 후 제주도까지 해저터널도 뚫을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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