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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없는 여산 유성마을 ... "개 짖는 소리가 안들려요"수십년째 개 안 길러...채소 한 포기도 나눠먹는 넉넉한 인심
송태영 기자 | 승인 2020.10.16 09:12

최·이·정·양·한 씨 등 13가구 20여명 오손도손 살아가는 ‘이웃사촌’

이연 전 동원탄광 회장·이윤배 전 교장의 고향마을...수많은 인재 배출

여산면 유성마을은 개가 없는 마을이다.

외부인이 마을을 방문해도 여느 마을처럼 요란한 개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마치 깊은 산중에 자리한 사찰을 방문한 듯 조용하기만 하다.

마을 주민들은 왜 개를 기르지 않을까.

개와 관련한 아픈 기억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개를 싫어해서 일까.

지난 13일 최태규 이장(72)을 만나 유성 마을에 개가 없는 속내를 들여다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도둑이 없어서다.

“유성마을은 예부터 여산에서 부자마을이었습니다. 30여 가구가 밑도는 조그마한 마을이었지만 논 300여마지기(약 6만평)를 지었다고 합니다. 밭농사를 더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부족함이 없었죠.”

최 이장은 유성마을은 배고팠던 시절에도 배를 굶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성마을엔 도둑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개를 키울 이유가 사라진 것.

유성마을은 대문도 없다. 근래 들어 담장을 정비하면서 대문을 설치한 집이 절반가량.

유성마을은 최 씨, 이 씨, 정 씨, 양 씨, 한 씨 등 다양한 성씨가 어우러져 이웃사촌처럼 다정스럽게 지낸다.

마을 주민들 간의 폭력이나 고소·고발 송사가 단 한 건도 없다. 주민들끼리 말다툼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윤호 씨(84)는 “평생 숟가락 하나 잃어버린 기억이 없다”며“채소 한포기라도 서로 나눠먹는 인심 좋은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이 씨는 또 “유성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끼리 우애하고, 마을 주민들이 서로 사랑으로 감싸주는 정이 넘치는 마을”이라고 말했다.

김제에서 지난 3월 유성마을로 이사 왔다는 황세주 씨(63)는 “마을 주민들이 인심 좋고, 자연환경도 깨끗해 어렸을 때 살던 고향 같다”며 “남은 여생을 마을 주민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유성마을은 어머니가 아이를 안은 듯 뒤로는 당재산(해발 145m, 당태산이라고도 부름)이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는 유성제(堤)가 자리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새마을사업 이전인 1970년대 초 마을 모습을 엿보는 듯하다.

마을 주민들은 당재산 전망대를 오르내리며 운동을 즐긴다.

전망대에 오르면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와 왕궁·금마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당재산 기슭에는 양봉농가가 벌을 치고 있어 유성마을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다시 한번 말해 준다.

양봉농가 앞 1만㎡(약 3천평) 규모에 이르는 감나무농장에는 노란 감이 익어가고 있다.

유성제는 참붕어, 메기, 새우 등 1~2급수 맑은 물에서만 살 수 있는 민물고기가 가득하다.

마을 주민들은 유성제에서 낚시를 하며 삶을 여유를 즐긴다.

마을 입구에는 수령 60~70년의 느티나무가 마을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느티나무 바로 옆 모정에는 녹색마을 표지판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산림청이 지난 2016년 쓰레기나 농사 잔존물을 태우다 발생한 산불이 없는 마을로 선정했다.

유성마을도 젊은 사람들이 도외지로 떠나면서 현재 13가구 2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연 동원탄광 전 회장, 이윤배 전 여산초등학교 교장, 이종화 전 남서울관광호텔 사장이 유성마을 출신이다. 이윤배 교장과 이종화 사장은 부자(父子)다.

아쉬울 것이 없는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 설치를 소망하고 있다. /송태영 기자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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