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이 오그라드는 환장의 웨딩사진 촬영과 반려견

원광대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지난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남자와 여자는 영등동의 한 아파트를 계약하고 또 결혼식장도 예약했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났을 때 각자의 외모성수기에 만났었다. 남자는 큰 키에 적당히 근육이 잡힌 훤칠한 사람이었고, 여자는 몸무게가 10kg 이상 증량되기 전이었다. 다시 만나 결혼을 결심했을 때 둘 다 살이 쪄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는 웨딩사진을 찍어야 했다. 여자는 예식장인 WM관 박 대리님이 추천해준 전주의 ‘시집가는 날’이라는 업체에 예약을 했고, 마침 업무 성수기가 막 시작된 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니만큼 사진 촬영과 보정의 기술을 믿는다며 회사 일에 몰두했다.

여자가 걱정했던 것과는 반대로 다행히 여자에게 맞는 드레스가 있었다. 시집가는 날 스튜디오에 가서 남자와 여자는 계속 방긋방긋 웃어야했다. 수줍은 듯 한 표정과 ‘꽁냥꽁냥’풋풋한 예비부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이 사진촬영의 핵심이었다. 여자는 사실 다른 이의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많았다. 스스로도 셀카를 거의 찍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를 할 때 주로 피사체가 되는 것은 항상 남자의 몫이었다. 조명에 눈이 부시고 몸이 꼬이고 혀도 꼬이고 모든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마지막 컷을 찍을 때가 되었는데 여자가 남자를 업는 사진을 제안했다. 남자는 처음에 펄쩍 뛰었지만 이내 여자의 강권에 못이기는 척 넘어갔다.

“하나, 둘, 셋!”

100kg이 넘는 거구의 남자가 여자의 등에 업혔고,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진촬영이 끝나고 남자와 여자는 사진을 선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여자는 원본 사진파일을 보고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현대 기술의 신을 향해 미리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침 열시에 시작된 웨딩사진 촬영은 오후 다섯 시 쯤이 되어서야 끝났다. 남자와 여자는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각자의 본가로 헤어졌다. 그리고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발생했다.

“뭐라꼬? 가이?! 강아지? 강아지는 안된다카이! 개는 안 된다, 그 뭐꼬, 털 날리고 냄새난다 안 카나! 절대 안 된다! 개 있으면 나는 그 집 안 간다!”

남자는 아랑이라는 이름의 미니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고, 아랑이 또한 장차 신혼집에서 함께 할 예정이었는데 시아버지의 강력한 반대가 이어졌다. 남자는 아랑이의 매력을 어필하는 한편 옆에 있던 여자의 팔뚝을 쿡쿡 찔렀다. 시아버지께 더욱 강력하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어필하라는 뜻이었다. 

“아버님, 강아지 털은 오빠가 평소에도 자주 치우는 편이예요. 이미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정들어서 어디에 쉽게 맡길 수도 없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정이 아이 키우기에 더욱 분위기가 좋다고 하네요. 또 아랑이는 아무 때나 짖지도 않고 배변훈련도 완벽하게 되어 있어서 함께 살기에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개는 안 된다, 개 냄새며 털 하며…. 안 된다.”

여자는 7년에 걸친 업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시아버지의 한쪽 팔을 붙잡고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버님 저희가 책임지고 집안 관리 잘 하며 잘 키울게요, 아버님~~ 허락해주실 때까지 안 놔드릴 거예요! 아버님, 허락해주세요~~!”

시아버지께서는 완강히 저항하시다가 이내 “그럼 네들 알아서 해라, 마, 나는 이제 모르겠다”라며 “이것 좀 놔도.”라고 하셨다. 그렇게 남자의 충성스러운 견공 아랑이의 아파트 입성을 어렵게 허락받았다.

[예고] 임자? 남편? 신랑?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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