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저는 가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녔던 거리를 생각하곤 합니다. 이것은 힘을 합쳐 이 상황을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지역민의 모습이 담긴 거리를 회상하며 친구들과 우애를 나누는 청년들, 어린 자녀들과 영화를 보러 가는 중장년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회상이 시내 중심부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노년층인 어르신들의 모습이 적어진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매일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저에게는 시내에서 적어진 어르신들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지역 내에는 많은 수의 어르신들이 계시지만 그에 비례하지 않게 시내 중심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이 많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카페, PC방, VR체험관, 영화관, 쇼핑몰, 노래방 등이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로 노인대학, 노인전문병원, 요양원, 경로당에서만 주로 어르신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각각의 세대에게 특별히 많이 공유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어르신들에게는 경로당이 여가 생활을 보내고 사람들과 교류하기에 가장 편한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또한, 청년들도 친구들과 만나 PC방이나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가는 것을 선호하고, 제 또래 사람들도 가족과 함께 영화관, 쇼핑몰을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어린아이에서 노인으로 가는 인생을 겪고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사는 공동체이기에 각각 나눠진 공간에서 조금의 물꼬를 틀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대학로의 화려한 조명, 트랜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를 가진 카페에서도 어르신들이 수다를 떨고, 코인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트로트를 부르며 즐기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아마도 카페와 같은 곳에서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고, 일주일의 하루라도 어르신을 위한 음악을 틀어준다면 이러한 상상이 조금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반대로 경로당과 같은 노인 친화적 공간도 청소년, 청년, 중장년의 시민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변화를 줄 방법도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노인 친화시설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상세 정보를 얻고,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잔치를 벌여 주변 시민들을 초청하는 홍보문도 보낼 수 있습니다.

세대 간 살아온 역사가 다르기에 가치관의 차이로 완벽하게 모두가 동화되는 세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이야기를 다른 세대에게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가치관의 차이로 생긴 세대 갈등을 허물고 서로를 중요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지역을 저는 소망합니다. 이러한 생각이 널리 퍼질 수 있다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도 많은 관심이 오갈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이 처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 측면, 경제적 취약 측면, 문화 향유 취약 측면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코로나로 인하여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낸다면 단합을 통해 언제나 재난 상황에서 슬기롭게 극복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도 결국에는 극복할 것입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여 사람들이 없는 거리가 다시 사람으로 채워지는 재구성의 과정에서 우리는 모든 세대가 다양한 문화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노멀라이제이션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공동체가 어우러질 수 있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오늘 하루도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복지의 최전선에서 철저하게 코로나에 대비하며 어르신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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