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 등 떠 밀어 내는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일부 건물주 “건물 매각 짐 싸라 일방 통보” 입주자들 허탈

문화예술의 거리 입주자 70% 이상 이미 떠나 존폐기로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모던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연우 대표는 설 연휴 전날인 2월 10일 건물주로부터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건물을 팔기로 해서 2021년 계약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건물임대차 재계약을 한 달 앞둔 김 대표는 황당했다. 당장 오는 11월까지 예정된 전시회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김 대표는 건물주에게 통사정해 일단 5월말까지 갤러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승낙을 받았다.

하지만 앞길은 녹록치 않다.

김 대표는 “새로운 갤러리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건물을 구하지 못했다”며 “건물을 찾는다고 해도 1천500만 원에서 2천만 원에 이르는 리모델링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암담하다.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해 주거나 대출지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모던 갤러리는 만 2년 동안 24~25회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익산시민들과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며 “익산문화의 중심지 문화예술의 거리가 갤러리 하나 없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전락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안고 찾아온 문화예술의 거리가 실망을 안고 떠나야할 상황”이라며 “입주자 70% 이상이 이미 떠났다. 문화예술의 거리를 이렇게 방치하려면 문화예술의 거리라는 간판을 떼어내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했다.

모던 갤러리는 이달 말까지 서양화가 윤철규 초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4년째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씨는 “지난 달 중순 건물주로부터 3월말까지 건물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유선으로 받았다”며 “건물주가 건물을 판다고 하니 비워 줄 수밖에 없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문화예술의 거리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근근이 버텨왔다”며 “생계가 걸린 문제라 공방을 닫을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익산문화예술의 거리가 존폐기로에 놓였다. 익산 A향토건설사가 문화예술의 거리 일대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건물을 사들이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떠나야 할 처지다.

향토건설사 관계자는 “문화예술의 거리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며 “현재 건축계획 단계여서 건물 규모와 상가 구성, 평수, 건물 배치 등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문화예술의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거리 활성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익산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공모사업이 지난해 끝나 올해부터는 출연금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출연금이 워낙 적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