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정희님, 반갑습니다.”

“네, 저도요. 제가 나이가 많지만 정말 연극이 하고 싶어서 왔어요. 잘 부탁합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의 싱그러운 햇살처럼 극단에 새로운 단원이 생겼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기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나이 들어 새롭게 시작하는 움직임에는 그 움직임마다 ‘용기’라는 단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가끔 ‘이번 생은 틀렸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들어 볼 수 있다. 진짜 이번 생은 틀렸으니 다음 생을 기대해 본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자신의 용기 없음에 대한 우회적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정희님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부터 들었었다. 연극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는데 하는 일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먼저 자신의 주변 정리를 하고 오겠다고. 나는 그냥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와 봐야 아는 거니까. 하지만 정말 나타났다. 자신의 주변 정리를 끝내고 나서 말이다.

그리고 시작 된 연습의 과정들…….

‘평생 읽고 쓰던 한글이 이렇게 어렵고도 어려운 것 일 줄이야.’

‘평생 숨 쉬고 살았는데 호흡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렵고…….’

‘노안이 온 눈은 글자 앞에서 쩔쩔매고……’

‘귓가에 들려오는 대사는 왜 이리 이상하게 들리는지…….’

결코 쉽지 않은 배우의 길! 그리고 용기 내어 그 길을 선택한 정희님.

‘힘내세요. 당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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