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는 현대사다

전라북도의회 의원(익산3)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되살릴 겸 중학교 수행여행지였던 경주에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처럼 80년대의 중ㆍ고등학교를 다녔던 연령의 사람들은 경주나 부여에서의 수학여행 추억을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익산이 경주, 부여, 공주와 함께 법률이 정한 고도(古都)에 포함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1년 시행된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산인 고도의 역사 문화 환경을 효율적으로 보존ㆍ육성하기 위하여, 우리 민족의 정치ㆍ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지역을 고도로 지정하였다. 이 고도육성법에서 경주, 부여, 공주와 함께 익산을 고도로 정하고 있다.

익산의 금마면과 왕궁면 일대가 다른 지역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고도로서 인정받아 보존 및 육성이 필요한 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는 익산이 고대 마한ㆍ백제의 역사적 중심지라는 사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익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익산이 고도 보존 및 육성 지역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기왕이면 더 많은 성과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염려의 말을 몇 가지 보태고자 한다.

익산은 지난 2013년 5월에 공주, 경주, 부여와 함께 고도 보존 및 육성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 2016년에 기존의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2025년까지 총 20개 사업, 3,418억 원을 확정지었다.

세부적인 사업은 고도 보존 육성 사업과 주민 지원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도 보존 육성 사업은 왕궁리 유적 고도골격 회복사업, 제석사지 고도골격 회복사업, 미륵사지 고도골격 회복사업, 금마 도토성 발굴 정비사업 등 총 8개 사업 1,685억 원이다. 그리고 주민지원 사업은 한옥 주민 센터 건립, 세계 유산길 조성,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 등 총 12개 사업 1,732억 원이다.

그렇지만, ‘담을 것은 많은데 광주리가 작다’는 말처럼,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숙원 사업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에 현재의 예산액이 최종결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경주시의 경우는 17개 사업에 4,241억 원을 확정했고, 공주시와 부여군의 경우는 각각 15개 사업, 3,571억 원과 16개 사업, 3,785억 원을 확정했는데 익산의 예산액은 이들보다 적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예전부터 이미 고도의 모습을 찾기 위한 많은 지원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올 한해 익산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등 관계기관이 자체 사업 발굴 등 다양한 시도에 인색하지 않고, 더 많은 예산 확보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전력투구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재청 등 중앙부처에 익산이 타시ㆍ도와 달리 그간 정부의 전반적인 문화재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문제의식을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1973년에 불국사의 복원을 마친 경주의 경우는 50여 년 전부터 문화재 보수ㆍ정비 사업에 많은 예산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출발이 늦은 익산시가 예산액이 제일 적은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비록 익산시도 뒤늦게나마 미륵사지 석탑 복원 등을 하였다고 하지만, 2020년 금마 고도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의 공모에 탈락하는 등 경주나 부여와 공주가 누적해온 정책적 혜택과 비교하여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게 만 느껴진다.

‘고대사가 현대사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사의 육성에서도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전북 소외’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노력 부족으로 지역의 역사가 과거 속에 묻히지 않도록 전라북도와 익산이 힘을 합쳐서 고도 육성 보전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고대 역사에 걸맞게 익산의 위상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미래에는 충청도와 경상도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이웃나라 학생들이 우리 익산으로 수학여행을 오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