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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원 칼럼=눈물의 설렁탕윤대원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1.04.19 08:59
원불교 궁동교당 교무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불어 추울 때, 검은색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진한 설렁탕 한 그릇이 생각나곤 한다. 10년 전쯤일까? 아니 10년도 훌쩍 지난 세월이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설렁탕 한 그릇이 있다.

그때도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었나 보다. 겨울은 막 지나가고 새봄이 오는 무렵, 아직도 동장군이 그리운지 봄바람은 한 번씩 매섭기만 하다. 날이 어둑어둑해 질 무렵 바깥 일을 마치고 교당으로 돌아오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교당에 들어가서 먹어도 되지만 괜히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교당 근처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그때 내가 근무하던 교당은 서울대병원 입구 근처에 있어 주위는 늘 사람들로 붐비고 근처 식당에는 병원에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

식당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설렁탕 한 그릇을 주문했다. 밀려오는 시장기와 차가운 바람 그리고 아직은 쌀쌀한 날씨. 주위를 둘러볼 겨를 없이 진한 그 국물 한 수저에 행복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설렁탕 한 그릇은 눈물의 설렁탕이 되어 버렸다.

옆자리의 노부부는 야위었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옷차림새에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할아버지, 그리고 맞은편에 또 무척이나 가냘픈 할머니는 설렁탕 한 그릇을 가운데 두고 서로 앉아 계셨다. 노부부는 울고 계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설렁탕이 식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셨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별을 예감한 듯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가만히 잡으시고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워 또 그렇게 손을 잡고 계셨다.

두 분의 주고받는 대화와 가끔씩 말을 못 잇는 그 흐느낌이 옆자리의 나에게 여과 없이 들려 나도 모르게 함께 울고 있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아버지, 아니 할아버지라고 하시기에는 너무 젊으시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아내... 봄바람이 차갑게 불던 초봄의 어느 날 서울 원남동 그 설렁탕집에서 다 먹지도 못했던 눈물의 설렁탕은 그 후로도 참 무척이나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과연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신앙하는 종교를 포함하여 많은 스승님들은 삶과 죽음을 둘 아닌 것이라고 가르쳐 주신다. 우리의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도 대종경 천도품 8장에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생사는 비하건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과도 같고, 숨을 들이 쉬었다 내쉬었다 하는 것과도 같고, 잠이 들었다 깼다 하는 것과도 같나니, 그 조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치는 같은 바로서 생사가 원래 둘이 아니요 생멸이 원래 없는지라, 깨친 사람은 이를 변화로 알고 깨치지 못한 사람은 이를 생사라 하나니라.] 라고 가르쳐 주고 계신다.

하지만 정작 당신께서는 신심 깊은 제자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 누구보다도 슬퍼하시고 흐느껴 눈물 흘리셨다. 생사가 둘 아니요 생멸이 원래 없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신 주세불께서도 그 현실의 죽음 앞에서는 눈물 흘리고 슬퍼하신 것이다. 나는 만약 대종사께서 그러지 아니하셨다면 원불교 교무로 출가하지 않았으리라. 아니 바꾸어 말하면 그런 대종사님이셨기에 나는 원불교 교무가 되기로 출가한 것이다.

초월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 세상과 모든 존재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날 다 먹지 못한 눈물의 설렁탕은 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겸허하게 한다. 누군가의 눈물을 조금은 닦아 줄 수 있는 성직자로 살기를 서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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