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찾아오는 새들”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농부들이 봄이면 벼를 심기 위해 못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자리에 제일먼저 찾아오는 깜찍한 녀석이 있다. 삑-삑-소리를 내며 꼬리를 끊임없이 까딱까딱 흔드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삑삑도요(Tringa ochropus)이다. 삑삑도요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 새이며,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이다. 8월 중순에 도래하며 5월 중순까지도 관찰된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자신들의 논에 새들이 모여드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종자를 논에 직접 뿌리는 직파방법으로 볍씨를 뿌려 놓으면 그것을 주워 먹고, 이앙기를 이용해서 어린 벼를 심으면 논에 있는 개구리, 어패류를 잡아 먹으러 다니면서 벼의 순을 밟아서 부러뜨려 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삑삑도요는 농부들의 친구가 된다. 못자리를 만들거나 모를 심기 위해서 논에 물을 댈 때에 그 곳에 있는 작은 곤충을 잡아 먹기 때문이다.

보리나 밀을 베어내고 땅을 갈기 시작하면 농기계를 따라 다니며 먹이를 잡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 황로(Bubulcus ibis)도 만나게 된다. 학명에 Bubulcus는 ‘소와 관계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예전에는 농기계 역할을 했던 소의 뒤를 따라 다니며 먹이를 잡는 모습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 같다. 이밖에도 정몽주 어머니의 ‘가마귀 싸호는 골에’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화가 난 까마귀들이 네 빛깔을 시셈할까 두렵구나

맑은 강에 씻은 몸이 더럽혀질까 염려하노라”에 나오는 새, 중대백로(Ardea modesta)나 왜가리(Ardea cinerea)도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왜가리의 경우 여름철새이지만 텃새화 되기도 해서 사람을 많이 경계하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새가 지구에 나타난 것은 날아다니는 곤충보다 늦은 중생대 중기에 이르러서이다. 새의 선조인 시조새는 파충류로부터 진화하고, 신생대에야 비로소 새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새는 잘 날 수 있도록 진화했는데 작은 머리와 속이 빈 뼈를 가져 몸을 가볍게 하고, 날개와 가슴 근육을 발달시켰다. 또한 포유류와 달리 새끼를 뱃속에서 오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알이 성숙되면 바로 낳아버려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방광이 없어 오줌을 고체인 요산의 형태로 똥과 하께 배설한다. 그래서 새의 배설물을 보면 요산의 색깔인 흰 색이 섞어 보인다.

새의 깃털은 새에게만 있는 것으로 42℃ 이상의 체온을 유지하여 추운 겨울에도 날 수 있도록 하였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들은 영양가 높은 곤충과 식물의 열매를 섭취하고 소화시간도 매우 짧다.

논에 찾아오는 새들이 볍씨를 먹거나 순을 밟는 불편함도 있지만 해충을 잡아 먹으며 땀을 흘리는 농부들과 함께 하는 부분도 있다. 만약에 새가 없다면 우리들은 우연히 새를 만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없을 거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기회도 없을 것이다. 새들이 있어 자라나는 벼와 어울려 풍경이 된다. 이처럼 새가 있어서 좋은 점도 한번쯤 생각해 보며, 갈수록 뜨거워지는 태양아래에서 농부들이 정성들여 심은 벼들이 잘 자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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