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렬 선생 추모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대통령상으로 격상

국악 꿈나무 발굴·회원들 활동 지원 익산 국악발전에 앞장

백제의 고도 익산. 익산은 발길 눈길이 가는 곳마다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익산 국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많은 사람들이 익산은 국악의 변방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익산은 근대 오명창으로 꼽히는 국창 정정렬 명창을 배출한 고장이다. 근래에는 소월 임화영 명창이 뒤를 잇고 있다. 임 명창의 아들 송세엽(거문고 명인), 조카 임세미 씨(판소리), 2019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한 최영인 씨 등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일의 명창을 꿈꾸는 국악 꿈나무들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만장일치로 추대된 양용호 (사)한국국악협회 전라북도지회 익산시지부장을 만났다. 양용호 시지부장(67)은 지난 12년 동안 부지부장을 역임하면서 익산 국악발전에 앞장서왔다.

-(사)한국국악협회 익산시지부장 만장일치 추대를 축하드린다. 취임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아직 취임식을 갖지 못했다. 7월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려 한다. 전문국악인이 아닌 사람이 시지부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특히 전임 시지부장인 임화영 명창이 워낙 국악협회를 잘 이끌어 부담감이 더 크다. 부지부장 12년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임화영 명창과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익산의 국악발전에 필요한 일을 하나하나 풀어갈 계획이다.

-국악협회 운영방침이 궁금하다.

국악협회 익산시지부는 임원 34명과 회원 109명 등 143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지부의 역할은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이다. 먼저 갈산동 국악원을 리모델링해 회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한다. 익산에는 판소리, 춤, 가야금 등 국악을 배우고 싶은 학생이나, 국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많다. 국악원이 리모델링되면 국악 전수관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익산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시지부장으로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나.

국무총리상으로 치르는 국창 정정렬 선생을 추모하는 전국판소리경연대회의 대통령상 격상이다. 정정렬 선생은 근대 오대명창으로 꼽힌다. 최승희, 김여란, 이기권, 박동신, 김소희, 강도근 명창 등 수많은 명인명창을 가르친 스승이다.

국창의 명예에 걸맞게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대통령상으로 품격을 높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국악협회 뿐만 아니라 시민, 익산시,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힘을 모으면 할 수 있다.

국악 꿈나무 발굴지원도 더욱 관심을 갖으려 한다.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아버지의 영향인 것같다. 아버지는 장구를 아주 잘 치셨다. 마을에서 이름보다 ‘양 장구’로 더 유명했다. 아버지가 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름 음악에 재능이 있어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요즘 유행어로 인기짱이다. 하지만 판소리는 어려워 배우다 포기했다. 고저장단 맞추기와 긴 가사를 외우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판소리는 세계 최고의 음악이다. 국악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에 남다른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이유가 있나.

대부분 우리 세대가 그렇듯 어렵게 자랐다. 쌀 3가마로 분가해 부엌과 방하나 딸린 월세방을 얻고 석유곤로와 그릇을 마련하고 나니 돈이 바닥났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했다.

다행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에 이르렀다. 어렵게 살아서인지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에겐 우리사회의 조그마한 도움이 용기와 희망을 북돋울 수 있다. 우리 이웃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한 법이다. 익산시민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인으로서 익산발전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익산 인구가 줄어 걱정이다. 세계를 호령했던 몽고가 쇠락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인구감소라는 분석이다. 인구는 지역사회 역동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출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교육, 문화, 복지, 주택, 안전, 교통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익산의 현실은 어떤지 묻고 싶다. 공직자들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최근 익산시는 취약계층에 공급하기 위해 마스크를 발주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지에서 만든 마스크가 익산시민에 보급됐다. 익산에도 여러 마스크 제작업체가 있고, 재고가 쌓여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인력 확보도 기업의 애로다. 젊은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 그나마 구한 인력도 조금만 힘들면 퇴사한다.

이 때문에 몇몇 기업은 익산 입주를 기피하고 있다. 익산을 떠난 기업도 있다. 기업이 잘돼야 익산시 인구도 늘고 국가도 발전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친환경 사업을 하는 덕분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같다. TV에서 물고기가 마스크를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을 본 뒤 마스크를 버릴 때 한쪽 끈을 뗀다. 이같은 작은 실천이 자연과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환경을 무시하고 파괴한다면 지구의 종말 시간표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하는 물티슈의 원자재는 나일론이다.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그러나 면으로 만든 면물티슈는 2개월이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개당 가격은 면물티슈가 약 10원 비싸다. 이젠 환경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지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최근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나라로 가져가고 싶은 10가지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한국인들의 폐기물분리배출 습관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분리배출을 더 잘해 자원도 아끼고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폭넓은 사회활동 '기부천사' 기업인

양용호 시지부장은

(주)대성메디칼 대표다. 대성메디칼은 면 섬유제작 전문업체로 패딩원단, 면부직포, 탈지면, 알콜솜 등을 제조한다. 한지와 천연 솜을 이용해 수의(壽衣)도 생산한다.

기부천사다. 지난해 8월과 올 1월 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1만3천장을 익산시에 기부했다.

사회활동 폭도 넓다. 2013년 익산지역 기업인 45명으로 구성된 ‘익산을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 회장을 역임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장학금을 후원했다.

지역 중소기업인 스스로 용합개발하기 위해 모인 ‘전북이업종교류회’ 회장을 역임하며 산업발전을 이끌었다. 산업발전 공로로 중소기업청장상, 국악공헌으로 전북도지사상을 받았다.

국악꿈나무 후원도 하고 있다. 지역 학생 3명에게는 매달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취미는 운동. 매일 새벽 5시20분에 일어나 운동한다.

생활신조는 남에게 나쁜 소리 안듣고 성실히 일해 어려운 사람 도와주면서 사는 삶이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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