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서민들이 그린 그림을 ‘민화’라고 한다.

화려한 색깔과 익살스럽게 표현된 대상물이 눈에 띄는 민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는 이가 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병기)에서 전통 민화 강의를 맡고 있는 박순애 민화작가(77)다.

평생을 주부로, 엄마로 살아 온 그는 70세에 그림을 시작한 늦깎이 화가다.

청주에서 열린 어느 전시회에서 마주한 민화에 푹 빠져 호남대 평생교육원에 등록, 4년 동안 광주를 오가며 김생수 화백에게 민화를 배웠다.

그는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목표가 생기니 삶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어린 시절 색동저고리에 물을 들여 입혀주시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솜씨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온 것 같다. 붓을 들면 마냥 신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장려상, 입선 등을 수상하며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의 그림 주제는 주로 십이지신이다. 반인반수의 모습에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강렬하고 개성이 돋보인다.

지인들에게도 띠에 맞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민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백내장 수술과 손가락 통증에도 붓을 놓을 줄 모른다.

민화는 종이에 물을 들이는 첫 번째 작업부터가 순탄치 않다. 민들레꽃, 쑥 등을 갈아서 뜨거운 물로 만들어진 색을 종이에 살살 입히는 작업은 보통일이 아니다. 겨자나 커피 등을 활용해 자연의 색을 얻는다.

그는 “종이에 물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 종이의 질감이 달라지고, 색감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초록색과 붉은색을 좋아해 대부분의 작품에 사용한다. 선명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물들이는 작업은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며 “복지관에서 강의를 할 때도 중요함을 강조하는 작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그림을 그리려는 열정 덕분에 2015년 제일산부인과 지하에 위치한 현대갤러리에서 첫 개인전도 열었다. 

4년 째 진행 중인 노인종합복지관 전통 민화 강좌는 민화 사랑을 더욱 키워준 고마운 시간이다.

그는 “80대의 어느 회원은 손 떨림이 심해 선 긋지도 못할 정도였다. 집중력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민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손 떨림 증상이 완화가 됐다. 모두가 놀란 순간이었다”면서 “흔히 말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전통 방법을 추구하기에 어려움도 있을 텐데 잘 따라와 주시는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회원들과의 전시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되면서 아쉬움도 남았다. 오는 9월에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회원들 작품으로 구성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는 “민화는 민중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이 고스란히 이어지길 원한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 번의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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