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은 사람들 마음씨 좋고 복잡하지 않아 살고 싶은 도시

이웃과 음식 나누고, 따뜻한 안부인사 아름다운 문화충격

왕이린(Wong Ee Lynn)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입국한 6년차 싱가포르 며느리다. 부모가 화교인 그는 싱가포르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재원(才媛). 그의 지인들은 한국어·영어·중국어에 능통한 그를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남편의 직장인 강원도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난생 처음, 그것도 끝없이 쏟아지는 눈을 봤다.

그는 일 년 내내 여름날씨를 보이는 싱가포르와 달리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 단풍이 물드는 가을,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어는 겨울의 뚜렷한 4계절을 갖고 있는 한국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 추위를 잘 견디는 체질이어서 겨울이 좋은 반면, 여름은 습도가 싱가포르보다 높아 견디기 힘들다.

익산에 정착한지는 2년. 그는 익산은 한마디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평가한다. 도시가 복잡하지 않은데다 필요한 것이 다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편안하다.

익산이 백제의 고도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미륵산과 미륵사도 탐방했다. 올해 4살인 아들, 남편과 함께 익산의 역사유적지를 탐방할 계획이다.

그는 명절 선물과 반찬 등 각종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모습에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싱가포르에서는 더운 날씨로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웃이나 지인들이 여름엔 ‘더위 조심하세요’, 겨울엔 ‘건강관리 잘하세요’ 등의 안부 인사나 문자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이 정(情) 많은 민족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시부모의 며느리 사랑도 기쁨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부모는 농사지은 옥수수나 손수 만든 반찬 등을 택배로 보내줘 감동의 연속이다.

그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문화적인 차이로 역시 빨리 빨리를 꼽는다. 택배, AS, 관공서 서류처리 속도가 신기할 정도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발전 저력을 느끼곤 한다.

그는 한국음식도 좋아한다. 매운 음식은 잘 먹지 못하지만 산채정식과 시래기·고사리가 듬뿍 들어있는 시골밥상을 좋아한다.

그는 익산생활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2명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주부 등 8명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과외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고등학생은 중국 북경대와 미국 뉴욕에 있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대학교에 입학해 꿈을 이루고 있는 제자도 있다.

성인들도 각자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싱가포르에서 공항세관과 교육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꿈인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한국유학원에서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한국어 공부는 K-pop 영향으로 취미로 배웠다. 이즈음 싱가포르에 온 한국인 교환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편은 교환학생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남편이 그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서로 마음을 확인한 것.

그는 앞으로 영어회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영등동 오미순 중국어 학원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교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익산에 살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이 좋아서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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