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시인 / 별빛정원 대표

어느 남녀가 여행을 갔는데 중간에 여자 먼저 돌아 와야 했다.

짐을 싸면서 마지막으로 신발을 챙기려는데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신발은 두고 가”

“왜?“

“그냥 바라보게...”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떤 계기가 되어 두 분께서 지으시고 온 몸으로 가꾸고 일생이 스며있는 집을 정리 해야만 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 폐허가 될 것이 뻔 한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고속도로를 지나칠 때면 앞마당 까지 훤히 보여 들어가 보지 않고도 고향집에 다녀 온 위안이 들었는데...

70년대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동네 집들의 대부분이 사라지더니 몇 가구 남지 않은 집들마저도 하나 둘 빠져 나가고 서너 가호만 이 빠진 듯 동네를 지키고 있다가 우리 집을 마지막으로 한 동네가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부모님이 안계시니 집도 동네도 고향도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다.

고향이란 의미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대부분 부모님 ,집, 동네, 나만 꺼내 볼 수 있는 추억 속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고향은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 곳만 보아도 수많은 추억들이 생생하게 퍼져 오르는 내 정신, 내 기억, 내 뿌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인데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관리할 수 없다고 없애 버렸다는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빈 집일지라도 그냥 둘 걸, 빈 터라도 남겨 두었다면 낳고 자란 곳을 바라보고 가 볼 수 있고 기억 하고 추억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텐데 가슴 한가운데를 빼앗겨 버린 듯 정서적 기둥을 잃은 느낌이 든다.

“신발은 두고 가”

“그냥 바라보게“

기울어지든 쓰러지든 그냥 두고 바라 볼 고향 집은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며 아직도 그곳에 가면 내가 자라고 있는 정신적 지주 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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