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 (檢而不陋 華而不侈)’

연극연출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말한 백제 문화의 특징이다. 2015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우리나라 백제역사유적지구인 충청남도 공주시와 부여군, 전라북도 익산 세 개 지역의 8곳 이 등재되었다. 그 중 두 곳이 바로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과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얼마 전 익산에서 개최된 전라예술제!

전라예술제 때 공연된 연극작품은 ‘익산이여, 숨을 쉬듯 꿈을 꿔라!’였다. 이것은 바로 마를 팔던 서동이 백제 30대 무왕으로 등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무왕을 통해서 완성된 백제 문화 ‘검이불루 화이불치 (檢而不陋 華而不侈)’인 미륵사지 창건설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륵사가 지어졌던 자리는 지금의 미륵산에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로 인해서 습지를 이루고 있던 자리였다. 습지인 자리에 가람을 세운다는 것은 1,400여 년 전 백제 사람들에게는 분명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숨을 쉬듯 꿈을 꾸라’고 말이다.

이번 전라예술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열린 만큼 예술인들에게는 작품 하나, 공연 하나에 쏟는 에너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남달랐을 것이다. 익산연극협회도 그랬다. 다른 해와 다르게 전라북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지역의 배우들과 함께 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남원에서 군산에서 익산에서……. 생활 방역에 힘쓰면서 말이다.

대본에 나온 인물을 이해하고 역할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 가면서 자신이 맡은 인물을 창조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연습의 힘듦을 넘어설 만큼 즐거운 일이다. 힘듦을 넘어서는 즐거움,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연극을 통해서 꿈꾸는 연극인들, 더 나아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예술 분야에서 꿈꾸고 있는 전라북도의 예술인들,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그 안에서 계속 축소되어져 가는 예술 활동과 예술인들……. 

‘검이불루 화이불치 (檢而不陋 華而不侈)’

하지만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꿈꾸는 예술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