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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지상의 계단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1.12.13 08:45

지상의 계단

                유 은 희

시인

무안군 지장리 255번지

또 한 생애가 화구火口로 든다

굴뚝은 지상으로부터의 간극,

소문처럼 주소가 흩어지고 있다

어깨를 들썩이며 몇은

그와의 기억을 불러내고 있고

몇은 더 깊이 삼켜들어

목울음만한 솔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나무들도 가벼워지고 싶은지

붙잡고 있던 몇 개의 가지를 내려놓는다

하필 휴게실 문은

침묵과 침묵사이로 꺽꺽거린다

붉은 밑줄을 그어대듯 번호가

호명될 때마다 상복들 우우

연체된 채무처럼 불려 간다

손톱을 뜯거나 빈 종이컵을 구기거나

너나없이 영락없는 대기자들이다

앞선 구름 한 점 막

통과의례의 굴뚝을 넘어선다

 

<작가노트>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한동안 소식 뜸하다 싶으면 괜히 그의 sns를 검색해보곤 한다. 누군가 우리 곁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일이 마치 흐르는 물줄기가 그저 작은 돌 하나쯤 돌아가는 듯 변함없는 일상에 어느 순간 와락 허무감이 엄습하곤 한다.

가까운 이를 배웅하러 지장리 화장터까지 따라 간 적이 있다. 얼마 전까지 안부를 주고받던 사람을 불 속으로 들여보내고 출입문이 꺽꺽거리는 휴게실에서 한줌 뼛가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굴뚝너머로 검은 연기는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상복들끼리 차디찬 의자를 나눠 앉은 모습이 흡사 은행 대출계 앞에서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듯 해 보였다.

남은 우리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더 빚내어 살아갈 수 있을까? 살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골똘하던 나무도 저만큼 서서 솔방울을 뚝뚝 흘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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