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리 돌담

유은희 시인

거센 바닷바람에도 

돌담은 쓰러지지 않았다

큰 돌 작은 돌 모난 돌들이

엎드리고 오르고 짚어

성근 틈을 쌓았기 때문이다

돌담을 쌓는다는 건

바람을 막아서려는 게 아니라

바람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가만 보면 큰 돌을 들어 올리고 괴는 건

작고 모난 돌들이다

이 모양 저 모양의 것들이

한 목소리로 살아가는 돌담,

바람 지나간 볕 좋은 날 그들은

틈과 틈으로 휘파람을 불어준다

담쟁이 손 높이 뻗어

달빛을 떼어 나누며 산다

*상서리: 완도군 청산면 상서리 (돌담마을)

<작가노트>

흙을 쓰지 않고 돌로만 쌓아 올린 담은 바람과 돌이 많은 섬 지역의 환경에 적합한 형식이다. 그 지역의 산 들 바닷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돌로 쌓아 올린 돌담은 그대로의 자연스런 모습에서 소박한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준다.

시 ‘상서리 돌담’은 고향 청산도 상서리 돌담마을에서 스케치 한 것이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 279호로 지정된 상서리 마을 돌담길은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그 곡선이 물길처럼 아름다워서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상서리 돌담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느낀 것은 그 많은 돌들 중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살이의 이치 역시 돌담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크고 작고 모난 돌들이 각각의 역할 분담으로 어떤 것은 괴고 어떤 것은 들어 올려 성근 틈을 쌓아야 센 바람에도 끄떡없는 담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서로를 받쳐주고 올려준다면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돌 틈으로 이웃의 휘파람소리 들려오는 날이면 넝쿨 손 내밀어 달빛을 떼어 나누게 되지 않을까.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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