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학교에서 호랑이띠 5학년 남학생이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 8교시 마치면 아동 센터에 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요.”

“그럼 가지마.”

“어떻게 안 가요? 아빠한테 혼나요.”

“아빠한테 네 생각을 이야기 해봐.”

호랑이띠 아이들이 앞다퉈 의견들을 내놓았다.

‘일부러 넘어져서 피나게 하고 다리 아프다고 해’, ‘감기 들어서 머리 아프다고 해’, ‘야 싫으면 다니지 마’ 등 기발한? 말들이 쏟아졌다.

“너 그런 상태로 센터에 가면 공부가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친구들이 편을 들어주고 고민을 들어주어서인지 세상 무거운 짐 모두 진 것 같은 어두운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4학년과 2학년 동생을 챙겨야 해서 가야겠어요”

스스로 긍정적 결론을 내린 아이가 대견스럽다.

우리는 몇 년 사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코로나19로 어두운 시간을 지내왔다.

곧 끝나겠지 했는데 불편한 생활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스크를 써야 된다고 하여 정해진 날짜에 약국에 줄을 서서 기다려 봤고 다행히 마스크대란은 지나갔지만 나갔다 들어오면 3분 동안 손을 씻어야 하고 가족도 몇 명 이상은 모여서는 안 되고 현재도 4명까지만 만나라고 한다. 밤 9시 이후에는 커피숍도 식당도 가서는 안 되고 술집과 노래방은 휴업을 하거나 폐업하는 곳이 늘어나기만 한다.

국가가 언제까지 내 사생활을 참견할 지 막막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5학년 호랑이띠 아이의 머리는 지끈거릴 만큼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함으로 긍정적 결론을 내려서 평온함을 찾은 것처럼, 현재 우리에게 처한 환경이 많이 복잡하고 힘들지만 단순한 답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새해는 임인년으로 검은 호랑이띠다.

검은 호랑이는 리더십과 독립성이 강하며 열정적이고 큰 야망을 이룰 수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십이지의 세 번째 동물로 옛날부터 잡귀를 물리친다고 생각했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기도 한다.

단군신화에도 나오고 남북한을 합한 지형도 호랑이의 형상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는 말처럼 호랑이는 조상들과도 친근했던가 보다.

전래동화에 등장하여 기쁘고 즐겁고 무섭게도 했다.

효자 호랑이, 은혜 갚은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와곶감, 팥죽할멈과 호랑이, 방아 찧는 호랑이 등.

때로는 어리석기도 하지만 해학적이고 용맹스러운 호랑이다.

활기찬 임인년의 기운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크지만 먹고사는 기준을 조금 낮추고 커피 한 잔 마음 편히 먹기를 바란다.

혹여 나쁜 말 듣지 않을까 남의 말 남의 시선에 전전긍긍 했다면 남에게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내 결정에 힘 싣기를 하면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 할 때가 종종 있다. 당당하게 모두에게 좋은 관계 맺기도 내려놓아 보자.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주눅 들지 말고 내 인생을 즐기면 된다.

삶은 운빨이라고 한다. 아마 그 말은 노력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성공해도 우쭐하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안다. 내 인생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고 호랑이가 혼자 당당한 것처럼 새해를 맞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호랑이띠 아이의 고민이 단순하게 해결됐듯이 먼저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지나간 날은 지나간 것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만 생각하자.

먹고사는 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평화로울 것이다. 당당하게 감사하자

새해에는 검은 호랑이의 호기를 닮아 하고자 하는 모든 일 이루고 당찬 주인공이 되어 좋은 사람, 행복한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호랑이의 특성처럼 새해에는 열정적으로 도전해서 멋진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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