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유은희 시인

버려진 지게로 메꽃이

뻗어가더니

이내 이마를 짚고

부러진 다리를 감싼다

고구마순도 볏짚도

산 그림자도

더는 져 나를 수 없는

무딘 등을 쓸어내린다

지게의 혈관이 되어

온몸을 휘돈다

한쪽 팔을 담장 높이 치켜들고는

지게의 뼛속까지 똑똑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산비탈 마당가

메꽃과 지게는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간다

반신불수의 지게에서

메꽃, 핀다

흰밥 수저 가득 떠서

아, 하고 먹여주는 늙은 입과

아, 하고 받아먹는 늙은 입이

활짝 핀 메꽃이다

<작가노트>

노부부가 사는 산골 담장 밑으로 비스듬히 지게가 기울어져 있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더 이상은 등짐을 질 수 없을 만큼 낡아 보였다. 그 곁에 메꽃이 피어 있었다. 가까스로 그 메꽃 줄기가 지게로 뻗어오를 것을 상상했다. 메꽃이 지게의 이마를 짚어 주고 등을 어루만져 반신불수가 된 지게의 몸에 다시 피가 돌고 심장이 뛸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난한 삶을 살아내느라 평생 등에서 지게를 벗지 못했을 할아버지는 반신불수가 된 몸으로 할머니가 떠먹여주는 밥을 간신히 받아먹고 있었다. 혼연일체가 된 구순과 구순이 떠먹이고 받아먹으며 또 하루 소중한 끼니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늙은 입과 입이 메꽃 보다 메꽃이었다.

노부부의 일상을 메꽃과 지게의 풍경에 빗대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넘어선 만유 공존과 상생을 그리고 싶었다. 

* 시 ‘메꽃’은 서울 지하철 승강기 안전문 8개 역에 게시되어 있다. (국회의사당역, 약수역, 마들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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