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혼부부의 익산살기>

한바탕 눈치게임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때는 바야흐로 12월 27일, 여자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평일에 부송동 MS크로스핏에서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기에 케이크를 반으로 쪼개는 나름의 의식은 26일인 일요일에 하기로 협의했다. 12월 25일부터 남자는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생일선물로 무엇을 할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집 근처의 보석상을 찾아가 눈여겨 본 선물을 골랐다. 어려운 업무를 해낸 듯한 기분에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색시와 소파에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마침 생일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보, 나 반지나 팔찌는 잘 안 하는 거 알지?”

“왜! 왜 한 하는데!”

갑작스러운 남편의 추궁에 여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낮에는 일하느라 손목시계도 방수기능 있는 카시오 전자시계 하나 하고 다니는데 팔찌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 반지는 결혼반지랑 할머니 유품인 은반지만 하고. 혹시 선물로 팔찌 고른 거야?”

여자의 물음에 남편이 갑자기 집을 나갔다. 약 한 시간 뒤에 들어온 남편은 이제 정말 선물 고르기와 번뇌에서 해방된 것처럼 보였다. 저녁으로 영영상점에서 파는 닭한마리칼국수를 먹고 견공 배아랑 산책도 하고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시 생일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 이제 내는 준비 다 됐다! 스무고개 한 번 해보자!”

자신 있는 남편의 목소리에 서로 스무고개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가 알아낸 단서는 영등동의 진보석에서 구매했고, 무게가 가벼운 쥬얼리 제품이라는 것. 여자는 ‘혹시 이 사람이 진짜 그걸 고르진 않았겠지’라고 생각하며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혹시 귀걸이는 아니지? 나 귀 안 뚫어서 귀찌하고 다녀”

“아냐, 뚫었어! 뚫었다고! 내가 봤다 아이가! 내가 봤다!”

이윽고 여자의 귀를 확인한 남자는 깊은 탄식과 한숨을 내뱉고 마치 통에 말벌을 잡으러 달려가는 자연인 말벌아저씨처럼 갑자기 코트를 집어 들고 또 집을 나갔다.

선물의 정체에 대해 행동으로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여자는 ‘아, 정말 귀걸이를 골랐구나. 귀 안 뚫어서 귀찌하고 다닌다고 분명히 귀찌 자랑도 했는데, 깜빡했구나.’라고 생각하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다음 날인 26일. 남편이 케이크에 ‘색시는 영원한 네 살’이라는 의미로 초를 4개 켜고(필자의 말: 왜 하필 네 살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줬다. 생일에 색시 기쁘게 해준다고 여러번 진보석을 왔다갔다 했을 남편이 정말 고마웠다. 드디어 대망의 생일선물 개봉의 순간이 왔다.  남편이 내민 작은 쇼핑백을 열자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나왔다. 아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금 1돈 중량의 행운의 2달러 안에서 위풍당당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구보다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남편의 선물다웠다. 이 순금으로 된 2달러는 화장대 비밀의 공간에 모셔져 있다.        생일인 12월 27일, 이십대 중반에 입사했던 여자의 나이는 어느새 삼십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 내 생일선물은 문화상품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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