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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규 칼럼=언고행 행고언송태규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1.24 08:50

언고행 행고언

심지 창의·융합교육원 대표

어제와 오늘 해가 다르겠냐마는 새해 첫 새벽을 여는 해를 보면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품는다. 아내와 함께 뒷산에 올랐다. 오르는 내내 동쪽 하늘을 힐끔거렸다. 정상에서 한 호흡 가다듬고 해를 기다렸다. 물결 같은 산등성이가 달아올랐다. 선명하고 찬란했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셔터를 눌렀다. 순간, 의식을 치르듯 손을 모았다. 빌고 싶었다. 뭔가 빌어야만 했다.

‘언고행 행고언’ (言顧行 行顧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구절이다. “말을 하려면 앞으로 할 행동을 생각하고, 행동을 하려면 앞으로 할 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럴싸한 말을 해 놓고 행동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말만 잘하기보다 입에서 나온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부디 새해에는 말을 앞세우지 말자, 좋은 생각을 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자, 좋은 습관을 실천하여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고 다짐했다.

헌혈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마흔이 될 무렵 우연한 기회에 소매를 걷었다. 혈액 일정량을 수입하고 있다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정기적으로 헌혈하고 있다. 해마다 목표로 잡은 20회 이상을 채우기 위해 해외여행을 포기한 때도 있다. 어느덧 헌혈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내 행동을 본보기로 삼은 아들과 딸도 진즉 100회를 넘겼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참 분주하게 살았다. 직장을 나온 지 넉 달이 지났다. 작업실을 만들어 놓고 여전히 바쁘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30년 넘게 길들여 온 습관을 깨지 않으려고 규칙적으로 집을 나선다. 이제 시간에 쫓기지 않는 생활을 해야겠다. 시간 관리가 아닌 나 자신을 관리하기로 했다. 생각을 돌렸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운전대를 놓으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고 미소를 짓기도 한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도 해야 할 말을 다듬고 지난 행동을 돌아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무실 근처에 잘 갖추어진 책방이 있다. 오랜만에 거기에 들렀다. 책으로 가득 찬 곳에 사람이 채워지지 않았다. 필요한 책을 살 때 많은 이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생활용품 대부분을 그렇게 사들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난 여태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 보아야 마음이 놓인다. 누군가는 시대에 뒤처졌다고 두런거린다. 한걸음 늦게 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점에 가면 빼곡하게 꽂혀있거나 누워있는 책을 살피며 게걸음을 옮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생각지도 않았던 책을 뽑아 들고 셈을 치르기도 한다. 말과 행동을 다듬는데 요긴한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충동구매 하는 습관을 타박할 필요가 없다.

마음에 두었던 시집과 내 눈길을 잡은 산문집을 한 권씩 골랐다. 더 자주 서점에 들러야겠다. 훑어보고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글 쓰는 채찍으로 충분할 테니까.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다는 말 듣지 않도록 새해에는 딱 한 가지 ‘언고행 행고언’ 만큼은 야무지게 실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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