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혼부부의 익산살기>

참기름맛 참맛기름, 들기름맛 들향기름

원광대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결혼한 뒤로 여자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다. 결혼하기 전에 본가에 있을 때에는 맛있는 참기름과 고춧가루가 그렇게 귀한지 잘 몰랐다. 참기름이고 들기름이고 하고자 하는 요리에 팍팍 쓰곤 했다. 

신혼 초에 시아버지께서 주신 참기름과 들기름이 바닥나자 그날 퇴근 후 여자는 집 근처의 식자재 전문 마트를 찾았다. 수많은 종류의 기름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있었다. 정말 좋은 참기름은 그 값을 한다. 소주병 한 병 용량에 28,000원대이다. 들깨 그대로의 향이 살아있는 들기름도 몸값이 높은 편이다. 350ml에 23,500원인 제품도 보았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한국인에게 있어 필수적인 식재료인데 정해진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다보면 그 한계가 있다. 여자는 식자재 전문 마트에서 참기름의 향이 있다는 ‘참맛기름’과 들기름의 맛이 난다는 ‘들향기름’을 사놓고 평소에 미역국을 끓일 때나 고기를 볶을 때 이 기름들을 사용한다. 참맛기름 1.8L 한 병 7,000원~9,000원대, 들향기름 1.8L 한 병에 10,000원 조금 넘으니 부담 없이 쓰게 된다. 참맛기름과 들향기름은 향미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 및 식품첨가물 공전의 식품공전에서는 향미유를 식용유지(단, 압착한 참기름, 압착한 들기름은 제외)에 향신료, 향료, 천연추출물, 조미료 등을 혼합한 것(식용유지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자가 집에서 쓰는 참맛기름은 중국산 옥배유 48.8%,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을 원산지로 하는 추출 참깨유 48%, 해바라기유 3%로 이루어진 참향미유 20%와 옥배유 80%로 구성된다. 들향기름의 성분을 보니 중국한 옥배유 52%, 비압착 분리법에 의한 들깨추출물 45%, 해바라기유 3%가 섞인 들향미유 40%, 옥배유 60%로 구성되어 있다. 옥배유는 옥수수기름이다. 진짜 참기름과 들기름의 맛을 흉내내어 만든 것이다보니 당연히 방앗간에서 압착되어 소주병에 무심히 담겨있는 진짜배기보다는 그 맛이 덜하다.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낸 고육지책이다. 이 이야기를 얼마 전에 본가에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챙겨주셨다.

버섯도 그러했다. 팽이버섯이나 만가닥버섯, 느타리버섯이나 새송이버섯은 마트나 시장에서 별 고민없이 집을 수 있지만 표고버섯이나 노루궁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갓 부분이 씩씩하게 잘 갈라져 있는 정말 좋은 생표고버섯은 1.8kg에 40,000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어쩌다 생표고버섯이 생기면 자린고비처럼 아끼고 아껴 먹고 동네 식자재 전문 마트에서 파는 새송이버섯 파지나 건표고버섯으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상은 생활비가 바짝 마를 때 대처하는 나름의 방법인데 로컬푸드 직매장을 방문하면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와 과일 등을 착한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고춧가루는 굳건한 관계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알음알음 거래되기도 한다. 어느 집이 직접 키운 태양초인데 방앗간에서 빻아온 것이라는 설명 하나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지난 추석 때 시아버지께서 한가득 안겨주신 건고추의 매콤한 향기가 참 좋았다. 그 건고추는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로 환생해 김치냉장고에 쟁여진 김치통에서 배추와 한 몸이 되었다.

어느새 냉장고 안이 텅 비어서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장을 보러 가야겠다. 금마농협 바로 옆에 붙어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면 맛있는 과일과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있다. 가끔 우리 쌀로 만든 과자나 피자를 행사로 판매할 때도 있고 잘 정돈된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편과 손잡고 설 연휴 전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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