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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제삿날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2.14 08:40

제삿날

유은희 시인

솔기 닳은 입들이

신발 속 깊어져 온다

 

얼키설키 서로의 밑창을 드러내는 것들은

바꿔 신어도 상관없을 그 발에 그 생이다

 

어머니는 손바닥을 부적처럼 접어 넣어

신발 속을 어루만져 돌려 놓는다

 

칠 남매 북쪽을 향해 엎드릴 때

삶의 뒤축으로 박혀 든 못들이 울컥 치밀곤 한다

 

가족이란 삐걱거리는 마루 같아서

들어맞지 않는 서로의 아귀는 눌러 앉힐수록

그 모서리를 세우기도 한다

 

펌프샘보다 깊은 가슴 밑바닥을 끌어올려

꺽꺽거리는 울음도

문짝처럼 덜컹거리다 모로 누운 등도

한 이불을 당겨 살았던 시절로 발 뻗는 겨울

 

사주팔자 일곱 켤레의 깊은 입속을

일일이 들여다보던 맨발의 어머니는

코끝 찡한 새벽을 떼어 나눈다

 

모난 귀퉁이끼리 맞대어 여며준다

 

<작가노트>

제삿날이면 먼 길 온 자식들의 신발을 어루만져 돌려놓는 어머니의 손길은 기도였다. 서로에게 엎어지고 뒤집힌 것들, 끈이 풀렸거나 솔기가 닳았거나 밑창이 헐거워진 것들의 속내를 일일이 쓰다듬었다. 신발들끼리도 알게 모르게 얽힌 속사정들을 다물고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침묵하다가도 아귀가 맞지 않는 마루처럼 삐걱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한 이불을 당겨 살았던 가난한 시절의 발목들은 아랫목으로 모여 잠들고 문살 너머로 깃든 달빛처럼 어머니는 자식들 머리를 하나하나 쓸어주었다. 제사 음식을 떼어 나누느라 어머니는 새벽까지 맨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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