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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빈집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2.21 08:49

빈집

유은희 시인

누군가 끊고 떠난 전선의 마디는

담장 밖을 꿈꾸는 중이다

 

그도 철 대문을 박차고 나갔을까

뒤돌아보는 맘 애써 외면한 채 떠났을 젊은 날은

고쳐 매지 못한 운동화 한 켤레로 남아있다

 

한때는 꽃대를 밀어 올려 씨앗을 퍼트리고 싶었는지

풀들이 억센 뿌리로 집의 발목을 휘감고 있다

 

시멘트가 채 굳기도 전에

가장 뜨거운 첫발을 잘못 디뎠을까

 

깊은 발자국으로 가끔 빗소리는 고였다 갔겠다

그때마다 개 줄에 묶인 집은 컹컹거렸겠다

 

기다린다는 건 어쩌면

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빈집은 팔 흔들어 줄 바람 두어 벌

일부러 걸어둔 것이다

 

철 대문은 그래서 마당 안쪽으로 깊어져

반쯤 열려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노트>

매년 고향 마을에 빈집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본다. 사람은 떠나고 그 흔적들만 남아 정적을 이루고 있다. 감나무 감은 저절로 떨어져 나뒹굴고 마당가 잡풀들은 집의 혈관처럼 질긴 뿌리를 뻗고 있다. 마루 밑 운동화 한 켤레는 오래 전의 결의 인 듯 여전히 끈을 당겨 매고 있다. 마당을 나간 사람을 기억하려는 듯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으로 어제의 비는 머물다 갔고 녹슨 철 대문은 언제나 안쪽으로 열려 있다. 사람은 가고 없는데 늙은 집 혼자 호박꽃 등을 돌담에 걸어 두고 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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