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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칼럼=눈 쌓인 내장산에서이수경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2.21 08:55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2월 5일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모처럼 눈이 내려 땅을 살포시 덮었다. 내가 사는 익산에 밤새 눈발이 날려 대지를 살짝 덮었으니 내장산에는 눈이 더 쌓였겠지? 눈 쌓인 날과 주말이 겹치면 꼭 내장산의 눈 쌓인 모습을 보고 싶었던 차였다. 이른 아침에 새벽 기차를 타고 정읍역에 내려 내장산에 들어갔다. 나보다 먼저 간 한 사람의 발자국이 매표소 입구부터 찍혀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눈에 덮여 부드러운 솜이불 덮고 있는 듯하였고, 계곡은 하얀 눈이 깊게 덮여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는 얼음처럼 맑고 투명하며, 코 끝을 스치는 싸늘한 공기의 감촉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던 물이 잠깐 돌 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모습을 감추기를 반복하며 흐른다. 눈길을 따라서 걷다 보니 어느새 우화정에 도착하였다. 선경이 따로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니 우화정을 둘러싼 내장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듯하다. 눈 덮인 내장의 숲은 고요하고 차분하며 눈(眼)이 시릴 만큼 깨끗하다.

이 눈 녹아 봄 오면, 숲속 생명체는 저마다 물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가지마다 연초록 잎을 내밀고 봄의 기지개를 펼 것이다. 이미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것을 나무는 먼저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겨울나무는 맨몸으로 추위를 견뎌내는데 나는 온몸에 바람 한 점 들어 오지 못하게 겹겹이 옷을 입고 마스크로 입까지도 덮었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뿌리로 숨어버리지만, 나는 두툼한 겹겹이 옷 속에 꼭꼭 숨는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은 숲을 보고 나무를 보고자 함이다. 나무는 나 같은 손님을 언제나 편안히 맞이한다. 겨울엔 온몸으로, 바람 소리로 맞이하며, 봄이면 초록 표정의 맑은 빛으로 맞이한다. 여름엔 무성한 그늘로 안내하며, 새들이 전령으로 나와서 맞이한다. 가을엔 오색 단풍잎 손짓으로 맞이한다. 계절마다 다른 표정으로 맞이하는 산과 숲이 참 좋다.

숲과 나무는 다 품어 준다. 나는 얼마나 품어 주며 살고 있는가... 가까운 사람 하나도 품어 주지 못해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나무에서 배우자. 숲에서 배우자, 말없이 가르침을 주는 자연에서 배우자. 숲으로 나가서 그냥 바라보자. 말없이 느껴 보자, 소리 없이 들어 보자, 나무가 어떻고, 숲이 어떻고 사람이 어떻다고 말하지 말고 묵묵히 걸으며 보고 듣고 느껴 보자. 걷다가 멈춰 서서 듣기도 하고 느껴도 보자. 눈이 쌓이지 않은 길이면 어떤가. 숲길이 아니면 또 어떤가. 가까운 골목길이면 어떤가. 어디든 걸을 수 있는 길을 걸어 보자.

산골짜기마다 쌓인 눈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숲과 나무는 온몸으로 눈을 받아들이지만 쌓였던 눈은 계속 눈이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바람 불면 눈발로 날리고 햇살이 닿으면 녹아서 물이 되며, 차가 밟고 지나가면 미끄러운 빙판이 되고 눈사람을 만들면 사람 모습이 된다.

그날 모처럼 눈 내린 내장산에 들어가 많이 걸었다. 눈길을 걸으니 생각도 청아해졌다. 우리의 일상이 어서 빨리 회복되어 활기찬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새해 입춘 절기도 지난 지 오래고 우수 절기다. 힘찬 활력을 가슴 속에서 뿜어내어 활기를 되찾는 새봄을 소망한다. 꼭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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