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로 넘어오면서 금세 계절은 봄이 되었다. 며칠 전까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렇다, 이렇게 자연의 순환은 엄밀하고 정확하다. 언제 올까 싶었지만, 봄은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곧 꽃들은 피어나고 나무에 새순이 돋을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이처럼 순환하며 앞으로 굴러가는 자연의 시간, 같은 듯 늘 새로운 세월의 장구한 흐름을 지켜보며 성장하고 진화하는 인류 역사의 진보를 상상했다.

지금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 물론,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에 대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든다. 시간에 더해진 인간들의 노력, 어쩌면 그게 역사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역사의 계승자인 동시에 역사의 창조자이다.

20대 대선이 정말 눈앞에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대선 시간표가 변경되면서 봄에 치르는 선거가 됐다. 이미 재외국민 투표는 마감되었고, 사전투표가 4일과 5일에 그리고 3월 9일이면 본투표일이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때를 놓치면 5년 뒤에야 다시 한 표를 행사하게 되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글은 주로 지방 거주자의 입장에서 왜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더 적합한지 독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썼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 그 상처로부터 일어난 사람

이제껏 한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분들은 상당히 거대하고 중요한 시대적 상징성 대표하고 있었고 그게 개인의 ‘아우라’로 작용했다.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깨어있는 시민’ 노무현, ‘촛불 시민’ 문재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는?

기실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가난, 소년공 출신, 독학 등의 키워드는 21세기적이라기보다 20세기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간 승리에 가까운 그의 입지전적 성장기가 크게 회자되지 않는 이유도 그의 개인사를 통해 읽어낼 시대 담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그의 이력에 담긴 여러 상처들이다. 상대 진영의 집요한 프레임 짜기에 의해 부정적 추문으로 퍼진 것들을 포함, 그의 삶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남다르게 많은 상처들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개인적 상처를 가진 대통령 후보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공격을 많이 받았다는 것. 어떤 때는 가난으로부터, 어떤 때는 사회적 통념이나 차별로부터 그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고, 불화나 오해도 모두 상처를 남겼다. 하여, 그 상처를 보고 다시 그를 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과연 이게 온당하냐를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는 그렇게 상처를 입으면서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치거나 숨지 않았다. 그의 상처는 맞서 싸웠기 때문에 생긴 상처들이다. 이게 중요하다. 그가 그에 대한 공격을 피했다면 그의 인생에 상처는 이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상처가 영광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이재명의 상처는 그의 치열함, 그의 솔직함을 증명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했다. 그런 이력이 그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신뢰하게 만든다. 그는 국민을 위해 상처를 입더라도 싸우고 또 싸우며 앞으로 나갈 것이다.

자치분권 2.0시대를 이끌 검증된 리더십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를 이끄는 행정 수반이 탄생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중단된 이 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 김대중 대통령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의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30년은 지방자치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위태로운 순간들을 겪으며 줄기를 뻗은 기간이다. 그렇게 30년, 보통 한 세대를 30년으로 친다면 이제 이 나라의 지방자치는 정착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셈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인구절벽, 농촌 소멸 등이 운위되는 이 시점에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사이의 협력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치 역량의 강화가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지방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일어났던 불필요한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오늘의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 성남시장을 잘 했고, 경기 지사를 잘 했기 때문에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이재명이 지방자치의 최일선에서 보여준 역량이 중앙부처 운영에도 아낌없이 발휘되길 바라고 또 각 지방의 자치 역량 강화를 북돋는 힘으로 작용하길 간절히 희망한다.

문제를 해결할 줄 알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

우리 당대의 문제를 파헤치고 지적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면면과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라.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은 문제의 현상과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하고 통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고도화된 사회, 이해충돌이 빈번한 사회에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는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성남시의회와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부도 직전에 있던 성남시를 살려냈을 뿐 아니라, 경기지사 공약 이행율이 95%에 달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의 업무 처리 역량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국가 균형 발전의 장기적 비전으로 ‘5극 3특’ 체제를 제시했다. 물론 현재는 아젠다 제시만 한 것이기에 당선된 이후 보다 정밀한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서울 1극 체제로 운영되었던 국가 운영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혁신적인 제안은 그 제안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선은 국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아젠다의 경연장이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토론과 정책 대결을 거부하고 계속 혐오를 부추기는 언동으로 대선판이 혼탁해졌지만 그래도 눈이 밝은 국민들은 어느 쪽이 더 진정성 있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나는 갖은 모욕과 헛소문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차근차근 국가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에 전국 226개 시, 군, 구별 맞춤형 공약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을 발표한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처음이다. 아마도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전국 방방곡곡 빠짐없이 살펴보고 그에 걸맞는 정책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렇게 한국 정치도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 아니겠는가!

결론적으로 자치분권 2.0시대를 열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가 이재명 후보이며, 그만큼 준비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그를 지지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밝힌다. 지역의 미래를 지역민의 손으로 건설하기 위해선 이같은 변화를 이해하는 국가 지도자가 필요하다.

/필자 조용식은?=민주당 익산시장 출마예정자, 전 전북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대전환 민생경제 총괄본부장,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혁신전략기획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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