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y에서 very peri의 시대로!’

연극연출가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에 따라서 다양한 나이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 따라 자신의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노인의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처럼 입어야 하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역할인 것이다.

꽤 오래전에 공연했던 작품이 생각난다. 최인훈 작 ‘옛날 옛적에 훠어이훠이’, 아기장수 설화에 기초한 작품으로 그 배경은 고려시대 우왕⋯⋯. 이 시대는 극심한 흉년으로 인해 도적이 들끓고 민심이 흉흉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마을에 나라를 뒤엎을 아기 장수가 태어나게 된다. 아기 장수는 난세의 영웅, 하지만 이런 난세의 영웅은 나라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결코 가만두지 않았고 관가에 끌려가 죽느니 자신의 손에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요 배역은 말더듬이 남편, 아내, 갓 태어난 아기, 동네 아낙 그리고 노파였다. 바로 이 노파 역할을 했던 배우, 20대 초반이었지만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짚어야 했던 노파 역할의 배우, 가끔 생각난다. 왜 생각이 날까?

'gray'

명사로는 회색, 쥐색의 뜻이지만 형용사로 사용될 때는 흐린, 우중충한 의미로 사용되어지는 색깔이 바로 'gray'이다.

그 배우가 가진 색깔⋯⋯. 내가 가진 색깔⋯⋯. 우리가 가진 색깔⋯⋯. 세상이 가진 색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팬톤사에서 제공하는 올해는 컬러, 2021년에는 밝은 노랑과 회색이었다. 팬데믹에 빠진 전세계인들에게 밝은 노랑을 통해서 좀더 긍정적이고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한 색이라고 한다. 그리고 2022년의 컬러는 베리 페리, 블루 컬러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보라색과 빨간색이 조합된 느낌이라고 한다. 즉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가 속한 세상은 온통 'gray'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곧 'gray'가 벗겨 지면서 ‘very peri’의 시대가 올 거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바로 내가 가진 색깔, 우리가 가진 색깔, 세상이 가진 색깔이 변화되어지고 그 변화를 발판 삼아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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