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동 자율방범대 대장 시절엔 아버지 제사를 초저녁에 지내고 1년 365일 순찰활동에 나섰습니다. 가족 여행은 꿈도 못 꾸었죠. 빵점 남편, 빵점 아빠였습니다.”

생업보다 봉사활동을 앞에 둔 정진정 익산시 자율방범대 사무국장은 “말없이 내조 해 준 아내와 잘 자라 준 1남 2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한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동산동 자율방범대에 입단한 그는 20여 년 동안 대원, 팀장, 대장을 역임하며 숱한 자율방범 신화를 썼다.

“자율방범대원들은 지역 차량번호를 어느 정도 기억합니다. 2013년 여름 순찰 중에 동이리역 철길 아래에 못 보던 차량이 주차해 있는 거에요. 이상하다 직감했죠. 아니나 다를까 차량 운전석 사람이 노크를 해도 미동하지 않아 112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죠.”

그는 사업실패로 음독을 기도한 50대 남성의 생명을 구한 일을 자율방범 활동 중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한다.

동산동 자율방범대는 이 일로 2014년 전북경찰청으로부터 ‘베스트 자율방범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대원들의 노력에도 실종된 할머니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된 일, 담배 피는 학생들을 훈계하는 일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산동자율방범대원들과 야간 순찰활동을 하고 있는 정진정 전 대장(맨 오른쪽)

그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동산동 자율방범대 대장을 맡아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자율방범활동은 성실히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굳은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대원들의 방범활동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아내들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2남 3녀의 장남인 그는 홀로 생활하는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남부러운 회사를 그만두고 익산으로 내려왔다.

“당시 동산동 지역은 주택가 특성으로 좀도둑과 비행 청소년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어요. 늘 ‘내 지역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죠.“

초·중·고등학교를 익산에서 졸업해 고향에 애착이 많았던 그는 당시 동산동 자율방범대장의 가입 권유를 받고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곧바로 활동에 나섰다.

그는 자율방범대 활동은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먼저, 술을 마신 날은 순찰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 음주 횟수가 줄어든다. 또 자녀들과 함께 순찰활동에 참여해 체험교육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보 순찰이 많아 건강에 좋다.

그는 “자율방범대원들은 야간 순찰만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국화축제나 서동축제 등 거의 모든 축제에 참여해 교통정리와 안전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요즘은 익산시 자율방범대 사무국장으로 익산시내 26개 자율방범대를 찾아 대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또 전라북도 자율방범대 사무처장을 맡아 경세광 회장과 함께 15개 시·군·구 287개 자율방범대를 아우르고 있다.

그는 ▲익산의용 소방대원 ▲익산경찰서 시민경찰6기 회원 ▲익산경찰서 범죄예방 협의체 위원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단 ▲전라북도 장애인 탁구협회 부회장 ▲호남환경 감시단 부회장 ▲전북교육청 청소년 선도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는 말없이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 조용히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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