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나눌 수 있어 행복하고 보람돼”… 아들‧며느리‧딸‧사위 음악전공 ‘음악가족’

어린 시절 가슴에 묻어야 했던 꿈을 뒤늦게나마 이뤘을 때의 기쁨은 얼마나 클까?

수 십 년 동안 고이고이 접어두었던 음악가의 꿈을 뒤늦게 이룬 이가 있다.

익산 유일의 실버합창단 코러스앙상블을 이끄는 한지혜 지휘자(68)가 그 주인공이다.

농촌마을에서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유독 음악을 좋아했다. 교회에서 찬양을 하고 피아노 치는 일이 가장 즐거웠을 정도다. 학업 성적이 좋아 중·고등학교까지 장학금을 받던 그였지만 음악공부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포기해야 했다. 이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한국방송통신대에 입학해 공부의 열망을 쏟았다. 그런 중에도 피아노는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평범한 여성으로 지내던 그의 가슴엔 여전히 음악의 꿈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큰 아이가 11살 되던 해에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그 때가 38세였다. 교회음악으로 시작해 일반음악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에만 매진했다”면서 “음악을 배우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 우수장학생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그렇게 성악가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약한 체력은 그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49세가 되던 해에 그는 마에스트로에 도전했다. 이리신광교회 1부 찬양대와 익산 YWCA합창단에서 지휘를 맡았던 그에게 또 다른 도전 정신이 생긴 것.

그는 호남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휘자로 우뚝 섰다.

“지휘를 배울 때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성악이 아닌 또 다른 음악의 길이 열린 것 같아 정말 행복했다. 스승인 민인기 교수님의 세심한 지도로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창단한 코러스앙상블의 지휘를 맡아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 동호회인 코러스앙상블은 익산을 넘어 전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는 인기 합창단이다. 60세 이상의 단원 40여 명이 열정을 쏟아 활동을 했지만 코로나19로 복지관이 폐쇄되면서 잠시 중단됐다 최근 다시 뭉쳤다. 코러스앙상블은 익산문화관광재단 2층 공연장을 대관해 연습에 돌입해 음악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올해 공연 계획도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전북실버합창제와 전북합창음악대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또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예술가곡과 우쿨렐레도 지도하고 있다. 음악을 타고 행복을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가 음악인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하는 한지혜 지휘자. 현재 군산중앙교회 찬양대 지휘도 맡고 있다.

남다른 음악사랑은 자녀들에게도 전해진 듯 하다.

바리톤 박세훈 씨가 그의 큰 아들이다. 딸 세라 씨는 음악교육을 전공해 현재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여기에 성악을 전공한 며느리 유경미 씨와 음악교사와 지휘자를 겸하고 있는 사위 권용식 씨까지. 그야말로 음악가족이다.

부군은 코러스앙상블 단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기타를 배우는 음악 동반자다.

음악으로 행복을 나눌 수 있어 가슴이 벅찬다는 그는 “앞으로도 코러스앙상블과 가곡반, 우쿨렐레 강의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힘이 닿을 때까지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황정아 기자

코러스앙상블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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