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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막배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6.13 08:50

막배

그의 집은 오래 이엉을 벗지 않았다

유물처럼 언덕에 남아

연기 한 줄 마을로 내려보내곤 했다

허청 앞에는 비스듬히 닳은 구두 한 켤레

뭍에서 흘러왔다는 귀엣말만 돌았다

절뚝거리며 사내는 지게 짐을 져 날랐다

멸치잡이 배를 따라나섰고

초상집 무덤 자리를 파내기도 했다

어른들은 사내를 남 씨라고 불렀다

태풍은 언제나 허청 지붕에서 일었다

들썩이는 용마루에 오른 사내는 번번이

바람길 멀리 떠나는 듯 위태해 보였다

한동안 그가 내려오지 앉았고

마을 사람들 소문처럼 언덕을 올랐다

처음으로 언덕에 불이 환했다

작은 봉분 하나 짓고 파도 소리로 다독여 주었다

심지 깊은 달빛 하나도 걸어두었다

해무 자욱한 날에 올려다보면 허공으로

무인도 하나 언뜻언뜻 떠오르곤 했다

아득한 기슭에 매어두었을 구두 한 척 내내 철썩거렸다

 

막배가 닿고 철새 한 마리 노을을 건너온다 

문득 사내의 펄럭거리는 등을 생각하는 해 질 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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