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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담쟁이의 내력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6.20 08:48

담쟁이의 내력

돌담도 늙는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빈 젖 물고 크는 것들처럼
담쟁이만 무성하다

넝쿨의 내력을 따라가 보면 
먼 길 내달리려던 발자국 하나 있다

담장 위에서 번번이 덜미 잡힌 목덜미가 있다

한 발짝만 헛디뎌도 줄줄이 딸려 넘어지는 것들을
끌고 가는 등이 있다

파도치는 담장 기슭으로
아득하게 뻗어 내린 푸른 맨발들

후드득후드득 빗소리로
발 동동 굴러 우는 입들 

줄줄이 매어 달고
길 없는 길을 내어 가는 걸음이 있다
구름 길 멀리 내빼지 못한

내 아버지가 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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