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도 놓치지 말자’는 의미 

전라북도익산교육장

예전의 부모님들은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자지만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하면서 ‘맞고 올망정 때리지 말라’고 자녀들을 가르쳤다. 이는 화가 나고 불같은 마음이 치솟아 오르더라도 인내하며 차라리 조금 힘들더라도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삶 속의 지혜를 가르친 것이다.

얼마 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심리치료를 받는 아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의 큰 눈망울과 부드러운 손가락, 표정은 천상 여린 아이였다. 아이가 자라온 환경 요인 속에서 학습 지체와 학교 부적응 현상이 누적되어 선의의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고, 학교폭력을 반복하게 되어 어느 때부터 폭력성이 있는 아이, 학생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아이로 학교와 사회로부터 지탄받게 되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아이는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자란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육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세 교육에 힘쓰고,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는 교육입국을 지향해 왔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않고 공동체 정신으로 가르치기에 힘써 온 것이다.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려면 내 아이 친구가 바르게 자라야 함을 알고 있기에 함께 나서서 공동체 교육을 해 온 것이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함께 지낼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아이 나쁜 아이라는 어른의 가치판단 없이 아이들 스스로 더불어 지내는 환경에서 자라나야 장차 사회에 나가서도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면서 원활하게 지낼 수 있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는 가소성(可塑性)이 풍부하여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예단(豫斷)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큰 상처를 딛고도 일어서서 굳건하게 잘 자라는가 하면 작은 상처에도 좌절하고 성장해서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데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학교와 사회는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놓치지 말고 끝까지 교육과 사랑으로 변화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좋은 환경 속에 자라는 아이는 훌륭히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질곡의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인 아이는 온 마을이 나서고 모든 선생님들과 동료 친구들이 함께 보듬어 주는 사랑과 따뜻한 환경 속에서 자랄 때 온전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회복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학교의 역할이고 마을과 사회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학교 선생님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힘들고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학생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교육과정 이수, 방과후 학습, 돌봄, 기초기본학력 신장, 안전한 급식지도, 쉬는 시간 안전생활지도, 코로나 방역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 한 명의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소외된 아이를 보듬어 주는 일을 보람으로 삼고 있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되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꾼을 길러내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사회에서는 선생님을 존경과 감사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신뢰해 주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되고, 교육철학과 소신으로 현장에서 묵묵히 가르칠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존경받는 스승이 많을수록 학교는 건강해지고 아이는 사랑받으면서 자라게 된다.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보듬고 가는 선생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교단에서 어려움을 견디며 교육활동에 임하는 선생님들이 많을수록 우리 아이들이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된다.

코로나 감염이 다시 확산 추세에 있어도 학교는 조심스럽게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참여·활동 수업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감염병 예방, 학교폭력 예방, 위기 학생 지도, 학부모 교육상담 등으로 선생님의 역할이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테지만 한 아이도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줌으로써 한 명의 아이라도 그늘진 곳에서 자라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래서 학교를 밝고, 맑고, 따뜻하고, 희망이 샘솟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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