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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밤의 이사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7.25 10:48

밤의 이사

밤중에 작은 용달 하나가 들어

종이 박스 몇 개와 플라스틱 서랍장과

접힌 상다리와 밥솥과 귀 떨어진 양은 냄비와

아이를 업은 여자와 일곱 살쯤의 남자아이와

깡마른 남자를 내려두고 덜덜거리며 뒷걸음질 치자

골목이 뒤척 돌아눕는다

몇 개의 박스가 서로를 딛고 올라 창살이 된다

하나가 흔들리면 결국 다 무너지고 말 것들,

어느 밤을 또 갈아타고 불쑥

더 깊은 골목을 향해 가야할 듯

세간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둠을 딛고 오른 남자가 내려서자 방안 가득

별이 빛나고 아이의 머리가 껑충 뛰어오른다

목 늘어진 옷 몇 벌 별빛에 걸리고

이내 잠잠해진 단칸방은

고단한 막차의 창을 닫는다

종점을 향해 가고 또 갈 때까지

별들은 저들의 꿈을 따라나설 것이다

맨발끼리 뒤엉킨 밤

입구와 출구가 하나인 골목의 품이

오늘따라 더욱 비좁아 보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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