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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규 칼럼 - 가까스로 합격송태규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8.29 08:59

가까스로 합격

심지 창의·융합교육원 대표

코로나19가 넘어오기 전이었으니 마지막 철인3종 대회를 나간 지 거의 3년이 되었다. 평소 훈련을 많이 했어도 대회를 앞둔 날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번에는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를 게을리한 학생은 시험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하게 마련이다. 딱 그 짝이다. 기록은 욕심내지 않는다. 무사히 완주라도 할 수 있으려나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새벽 4시 알람을 맞춰놓은 덕분인지 모처럼 달게 잤다. 대회를 앞두고 흔치 않았던 일이다.

전날 대회가 열리는 비응도 가는 길에 사나운 바람이 폭우를 몰고 왔다. 달리는 차체를 마구 흔들었다. 바닷가인 탓도 있겠지만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터진 둑처럼 쏟아내는 물폭탄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편리함만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대회 본부에 등록을 마치고 수영할 바다로 갔다. 잔뜩 화가 난 파도가 천방지축이다. 저길 뚫고 1.5km를 나아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대횟날 새벽까지도 바다는 잔뜩 심술이 남아 있었다.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낯빛부터 달랐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면서 결국 수영은 생략한다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자전거와 달리기 두 종목을 치러야 한다. 번호순으로 출발대에 섰다. 맞바람에 새만금 방조제로 가는 페달이 내 발을 붙잡고 있다. 멱살을 비트는 바람을 뿌리치는 게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반환점을 돌아올 때는 순풍이겠지만 미리 체력이 고갈되면 힘을 쓸 수가 없다. 쇳소리가 절로 나오고 허벅지에 통증이 제집처럼 누워있다.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다 될 일이 아니다. 통증을 달래가며 바꿈터에 도착했다.

이제 달리기만 남았다. 묵직해진 다리를 끌고 走路에 들어섰다. 걸음을 옮기는데 휘청했다. 이럴 때 다리는 제가 다리인 줄도 모른다. 응원 나온 클럽 회원들이 셔터를 누르고 곁에서 목청을 돋웠다. 마치 자기 일처럼. 울컥하다 땀을 닦는 척하며 눈물을 찍었다. 힘을 내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속도를 올렸다. 한여름을 녹인 땀방울이 챙을 적시다 손등을 때렸다. 운동할 때마다 가장 무서운 건 나다. 한계에 다다르면 핑계만 보인다. 차라리 나를 내다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지난주 해수욕장에서 장거리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 타기와 달리기를 했다. 예비고사를 치른 셈이다. 결국 시간이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좋은 생각만 하자. 난 해낼 수 있다. 당시를 떠올리면서 내게 최면을 걸었다. 저만치 끝이 보였다. 완주라는 건물을 만드는 길에 벽돌 한 장 얹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결승선을 내 안에 품었다. 한바탕 불꽃 잔치를 치렀다. 온몸이 소금에 절인 배추가 되었다. 그동안 땀을 아낀 대가치고는 혹독했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언제까지 이런 운동을 할 거냐고. 이제 위험하고 힘든 운동은 그만하면 좋겠다고. 건강한 몸은 드나들 수 있는 문을 넓게 해준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려고 신문과 책을 뒤적인다. 목적지를 잊고 편안함을 좇으면 권태와 나태가 나를 지배한다는 것을 알기에. 운동과 글쓰기는 나를 숙성하는 과정이다. 목표를 버리면 삶에 열정과 활력이 사라지고 만다. 대회를 마치고 나면 온몸이 삐걱거린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실은 내게 필요한 활력소가 된다. 오늘 가까스로 합격한 나에게는 내가 있다. 그런 나에게 내가 악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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