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베이커리 등 새로운 목표 세우고 열일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꿈을 이루고자 무작정 달리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일 수 있다.

무모하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가만히 있기에는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아까운 시간을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꿈의 출발선에 선 당찬 여성이 있다.

필리핀 보홀에서 온 핀크미쿠롭 루즈 씨(49‧PINQUEMICULOB LUZ)다.

루즈 씨가 한국에 온 것은 17년 전.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익산이 두 번째 고향이 됐다.

결혼 초기에는 언어와 음식,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고향 생각이 절실했다. 그때마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사랑으로 이끌어줬다. 덕분에 루즈 씨는 자동차부품공장에 취직해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루즈 씨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맛있는 차와 디저트를 만드는 바리스타 겸 제빵사다. 카페 운영도 조심스럽게 꿈의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루즈 씨의 꿈은 글로벌문화관 1층 카페 ‘좋아서’에서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매니저로 카페 운영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것.

루즈 씨는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다양한 과일 청도 직접 만들었다. 패션후르츠, 망고, 레몬, 자두, 한라봉, 생강, 자몽 등 처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직접 만든 젤리에 우유와 연유를 넣은 ‘젤리연유라떼’ 메뉴도 개발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카페 좋아서를 운영하는 최광동 청소년열매나눔공동체 대표는 “루즈 씨는 정말 성실함의 표본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모범생”이라며 “항상 메모장을 손에 들고 꼼꼼하게 정리한다. 습득력도 빨라 바리스타 강사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정말 귀하고 감사한 매니저”라고 활짝 웃었다.

루즈 씨는 베이커리에도 소질을 보이며 카페 ‘좋아서’의 디저류까지 개발에 나섰다. 어린 시절 고모에게 배운 필리핀 정통 빵부터 유튜브를 보고 익힌 바나나케이크, 당근케이크, 쉬폰케이크까지. 손재주가 예사롭지 않다. 조만간 ‘좋아서’만의 디저트가 탄생할 듯 하다.

밝은 미소가 아름다운 루즈 씨는 필리핀 친구들에게 포근하고 따뜻한 언니이자 동생이기도 하다.

내성적인 성격에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고향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고민도 들어주는 천사 같은 친구다.

루즈 씨는 “고향을 떠나 멀리 시집 온 여성들은 다 비슷한 마음일거라 생각한다. 같은 마음을 지닌 친구들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꿈이라기엔 거창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남편과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줘 가능한 일이다. 꿈을 이루는 것 뿐만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활짝 웃어 보였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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