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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칼럼 - 다사다난했던 8월이희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9.05 08:59

[우당탕탕 신혼부부 익산살기]

다사다난했던 8월

원광대LINC3.0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색시야, 여기 좀 봐라. 내 목덜미에 이상한 거 없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목을 보여주며 물었다. 붉은 물집이 마치 하와이 열도처럼 나있었다. 견공 아랑이와 영등시민공원에서 산책하던 중 벌레에 물렸다고 한다. 화상벌레라고도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의 소행이었다. 이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붉은색을 띈다. 복부 중간의 날개는 파란색 혹은 초록색의 금속과도 같은 광택을 보인다. 이 친구는 페데린이라는 독성물질을 분비해 피부에 닿기만 해도 화상과 비슷한 염증과 통증, 가려움을 동반한 작열감과 따끔거림, 발진, 수포가 생긴다고 한다. 눈에 들어가면 급성결막염이나 각막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남편은 피부과를 오가며 한동안 약을 발라야했다. 그것만으로 남편의 여름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어느 날 또 남편이 “색시야, 여기 좀 봐라. 내 무릎에 이상한 거 없나?”라며 물었다. 남편의 무릎에 제법 큰 종기가 나있었다. 직접 짜려고 내가 나섰지만 아플 것 같다며 줄행랑을 친다. 나는 병원에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간단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다녀온 남편은 이제부터 자신을 ‘배관우’라고 부르라며 웃었다.

“왜 당신이 관우야?”

“나 마취 안 하고 수술 받았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조인을 공격할 때 오른팔에 조인의 궁노수가 쏜 독약이 묻은 쇠뇌살을 맞고 독이 뼈까지 스며들자 장수들이 명의 화타(華佗)를 모셔왔다. 화타가 장비를 사용해 팔을 고정하고 칼로 뼈에 스며든 화살독을 긁어낼 거라 하자 관우는 장비 설치 없이 술 몇 잔 마시며 바둑을 두겠다고 답한다. 화타가 칼로 뼈를 긁는 동안 관우는 술을 마시며 마량(馬良)과 이야기하고 바둑을 두었다. 그의 정신은 삼국지를 통째로 외우는 한 사람에게도 계승되었으니, 두 번에 걸친 수술에서 남편은 마취를 하지 않았다. 이걸 용기가 대단하다고 감동해야할지 등을 강하게 스매싱해야할지 잠시 동안 이성적 판단기능이 멈춰버렸다. 이윽고 정신이 돌아온 나는 남편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음부터는 결정하기 전에 상의해달라고 말했다.

“여보, 당신은 관우가 아니라 인간 배○○이야!”

수술 후 종기가 났던 부위는 빠르게 회복했지만 화상벌레에 물린 자국은 꽤 오래가는 중이다. 화상벌레에 물린 사건 때문에 남편은 좋아하는 크로스핏도 약 한 달 가까이 쉬어야 했다. 혼자 크로스핏 체육관에 갈 때마다 정말 심심해 짝꿍의 부재를 실감하곤 했다. 물론, 스트레칭을 하고 데드리프트나 클린 같은 운동을 하다보면 짝꿍의 부재를 느낄 새도 없었지만 말이다. 다사다난한 8월은 집의 식물들에게도 가혹했나보다. 그동안 베란다에서 잘 살고 있던 유칼립투스 화분이 운명하고 말았다. 유칼립투스 화분 옆의 매리골드 화분은 이미 꽃이 졌다. 꽃이 지고 이파리도 희끄무레 힘을 잃자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날아갈 듯 가벼운 씨앗들이 들어차있다. 빈 화분에 매리골드 씨를 심고 고양이를 대하듯 무심한 듯 은근히 대했는데 2주 지나니 싹이 올라와 있었다. 이 작은 싹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희망이 다가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듯하다. 남편도 유칼립투스 화분도 수난을 겪었지만 재미있고 긍정적인 9월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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