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화 에세이 - 선진지 견학

선진지 견학

조경화 동화작가

얼마 전 속해있는 단체에서 선진지 견학을 갔다.

대부분 선진지라고 하면 내가 살고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을 찾기 마련이다.

나는 대도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도시의 번화가에서 살았고 대도시에서 오랜 생활을 한 터라 작은 마을을 선진지라고 찾아간다는 것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곳은 바다 여행을 위해 찾는 곳이지 전혀 선진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것도 바닷가도 아닌 면단위 작은 마을에 배우러 가는 것이 마뜩쟎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전혀 낯설지 않고 고향 같은 따뜻함이 있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예쁜 곳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생각났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1780년 청나라 황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사행단을 따라 281명이 5개월여의 청나라 여행을 하며 중국인들과 나눈 이야기들과 직접 보고 들은 청나라의 산천과 문화를 적어놓은 일기다.

사행단 일행은 여행을 다녀와서 가장 볼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저마다 본대로 말을 했다.

드넓은 요동벌, 구요동 백탑, 길가의 점포, 범 우리와 코끼리 우리 황제와 벼슬아치들의 깎은 머리 등등 벼슬의 종류만큼 일행들의 생각도 많이 달랐다.

그때 박지원이 말한다.

‘나는 본디 삼류 선비다. 내가 본 장관을 말하리라. 깨진 기와 조각이 장관이요, 냄새나는 똥거름이 장관이더이다.

깨진 기와 조각은 모두가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마을 집 담장에 깨진 기왓장으로 물결무늬를 만들고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예술품이 되게 한 것이다.

똥오줌이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이다. 그러나 거름으로 쓰일 때는 금싸라기처럼 귀하다. 길에는 내버린 재가 없고 말똥으로 누각모양을 쌓은 똥거름의 맵시는 천하의 문물제도로서 진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성곽과 연못과 궁실과 누각, 점포와 절, 드넓은 벌판, 자욱한 나무숲의 꿈속 같은 풍광만 장관이 아니라 기와 조각, 조약돌이 장관이고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했다.

선진지 견학을 갔던 작은 마을은 참 깨끗했고 집집마다 꽃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의 자투리 땅에는 쓰레기가 쌓여서 보기 흉하지만 그 마을의 자투리땅에는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다. 쓰레기는 어떻게 관리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간 쓰레기장 역시 쓰레기가 아주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서 정돈된 쓰레기와 예술이 된 기와조각, 말똥을 보았던 것처럼 나는 쓰레기장에서 ‘나눔곳간’을 보았다.

가끔은 멀쩡한 물건을 버리기 아깝고 아쉬울 때가 있었다. 누군가는 필요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서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볼멘소리를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꼭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선진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는 것을 나누고 정돈하는 것이 예술품이 되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지 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관이 힘을 합하여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눔 곳간’이 있는 그 작은 마을은 틀림없는 선진지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