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에 꽂힌 꽃

그녀가 그릇 공장에서 야근을 하고 오면

절룩이는 길목에서 나는

무른 사과나 으깨진 빵을 받아 들었다

연탄아궁이 목 깊은 쪽방으로

흉터가 긴 발을 뻗어내면

나는 창백한 달빛 한 장 홑이불처럼 당겨주었다

골목 시장 기웃거리며

한물간 고등어나 단무지 앞에서 몇 번이고

동전을 헤아리는 그녀를 모르는 척했다

몇 송이 꽃으로 다가와서는

새벽길 틈타 문밖 나서는

낯선 그림자도 못 본 척했다

페트병에 꽂힌 꽃처럼 얼마간은

그녀에게서도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꽃 시들어 목 놓을 날 없으랴만

그녀의 사랑이 불구인 걸 알면서도

나는 일부러 따져 묻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앞질러 걷는 것도 민망해져서

심하게 기울어진 길 뒤를 따랐다

그녀가 몸의 중심을 잡으려 팔을 휘두를 때면

하늘 한 자락이 북, 찢겨 내리곤 했다

절룩이는 길에 돌처럼 날아든 곁눈들을

나는 세상 밖으로 하나하나 걷어차고 있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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