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맺힌 물방울의 눈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어머니는 항아리를 쓰다듬네요

끝없이 깊은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끼니를 긁어낼때마다 마저 뛰어내리고 싶었던

기억 속에서 도리질을 하네요

항아리에는 귀 먼 메아리가 살죠

아득해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소리 말이에요

더는 헤적이지 마세요

햇볕 들지 않는다 해도 비구름 비껴간 저녁처럼

이제 항아리가 빈집을 품고 마침내

어머니까지 품을 줄을 알아요

그래서 버릴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빈집 메아리 온종일 길어

저녁을 안치고 구름 피워 올리는

귀도 멀고 이 빠진 항아리

짜고 매운 생채기를 꽉 다물고 있네요

여자를 지나서도 뒷물하는 여자처럼 돌아앉아

하늘 밑을 헹구어 보이네요

저 낡은 처마 끝에 맺힌 물방울 하나

항아리를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에요 어머니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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